중국이 경제 굴기(떨쳐 일어선다)에 이어 문화 굴기에 나서고 있다. 규모 면에서만 대국이 아니라 진심으로 존경 받는 큰 나라가 되기 위해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게 절실하다는 게 지도층의 판단이다.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한자와 중국어로 된 책을 앞세워 중화의 영향력을 확대 하겠다는 전략도 눈길을 끈다.
류빈지에 중국 신문출판총서 서장은 12일 신화왕 등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이제는 서방이 중국을 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인류 문명 발전의 디딤돌이 된 책을 퉁해 중국 문화의 해외 진출(조우추취)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미 사회에서 중국 관련 책이 주요 문화 상품으로 부상하며 중국 서적 수출량이 연간 800만권에 달하고 있다"며 "이는 수입의 2배"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문화 굴기를 위해 화교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류 서장은 "화교가 운영하는 해외 중국 서점 중에는 그 역사가 100년을 넘은 곳도 있다"며 "전 세계의 중국 서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작업을 지원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화교를 앞세워 중화의 확대를 도모하려는 것은 경제력의 부상과 함께 문화력을 배양해야 진정한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조치 이후 해외에서 태어난 화교가 1,000만명에 달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이들을 교육시킬 필요성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고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1기 5차 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문화는 인류의 정신적 삶의 터전이며, 중화문화는 강대한 구심력과 감화력을 갖고 있다"며 문화 산업의 규모화, 집적화, 전문화 수준을 향상시켜 문화 산업이 국민 경제의 기간 산업이 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실제로 전 세계 화교 운영 중국 서점을 하나로 묶을 뿐만 아니라 중국 국내 출판산업을 정부차원에서 적극 육성하는 방침도 세워 놓고 있다. 신화통신 계열의 서점을 중시므오 전국 출판 물류망을 한로 엮은 뒤 출판부터 유통까지 책임지는 출판 물류 대기업을 만드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출판물 표준을 세우고 우편망과 연계, 물류 창고 등을 세운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류서장은 "시장엔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는 인민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도 없지 않다. 류 서장은 "책을 읽지 않는 민족은 희망이 없다"며 "지난 몇 년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기층 군중을 위해 140억권의 책을 공급했다"고 공개했다. 중국 문화부와 국가개발은행이 8일 문화산업발적 협력각서를 체결하는 등 문화 굴기를 위해 경제력을 동원하려는 것도 주목된다. 중국 은행들은 지난해 말까지 68개 중요 문화사업에 총189억위안(3조 3,500억원)의 대출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 문화산업투자펀드의 규모는 1,330억위안(약23조 6,1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박일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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