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모리 반도체 분야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가 3위 기업인 일본 엘피다의 인수에 나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일대 격변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30일 오전 엘피다의 매각 주관사인 일본 노무라증권에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 및 모바일D램 등 주력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 엘피다 인수에 뛰어들었다"며 "인수 후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실사작업을 진행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피다는 D램, 모바일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말 기준 D램 메모리 반도체는 13.1%, 모바일D램은 17.6%이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져 경영 위기를 겪다가 최근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SK하이닉스가 엘피다 인수에 성공하면 D램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36.1%로 치솟으며, 세계 1위인 삼성전자(42.2%)와 양강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이 80%에 육박해 한마디로 '한국 천하'가 되는 셈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 난야 등 후발주자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져 세계 반도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엘피다의 잠재적 가치를 보고 인수에 뛰어들었다. 엘피다는 세계 3위의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모바일D램 분야에서 애플, 노키아, HTC,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 최신 모바일D램 제조 공법인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엘피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세계 3위의 시장 점유율과 첨단 관련 기술, 기업고객까지 고스란히 넘겨받게 된다.
설령 조건이 맞지 않아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SK하이닉스로선 실사 작업을 통해 경쟁사인 엘피다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업체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실사 작업 자체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건은 가격이다. 실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격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인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외신은 엘피다 인수 가격을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SK하이닉스는 작년 말 기준 1조9,000억원의 현금과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2조4,000억원 등 약 4조원 규모의 동원 가능 현금을 갖고 있어 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엘피다 인수전에 SK하이닉스 외에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일본 도시바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인수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마감한 엘피다 매각 입찰 참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검토 작업을 거쳐 후보군을 줄인 뒤 실사 작업을 진행해 5월 초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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