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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10시간 끌다 신고, 몰카 베팅 축소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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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10시간 끌다 신고, 몰카 베팅 축소 의혹

입력
2012.03.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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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정선 강원랜드에서 2009년부터 4년간 내부 직원과 외부세력이 결탁해 조직적으로 사기도박판을 벌여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강원랜드는 지난 26일 고객의 신고가 있은 후에도 자체조사라는 명분으로 10시간이나 지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드러나, 내부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관련 증거자료 상당수를 은폐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강원 정선경찰서는 30일 강원랜드 테이블 게임장에 카드를 읽어 낼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사기도박을 도운 혐의(사기 및 업무방해 등)로 게임기기 정비팀 직원 김모(34)씨와 카메라가 설치된 카드박스를 설치하도록 지시한 담당 과장 황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바카라 게임테이블 CCTV 판독과정에서 황씨 등으로부터 "지난 26일 오후 1시쯤 게임 테이블 옆에 서 있던 이모씨가 카메라 설치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 이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씨는 그 동안 황씨 등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을 삭제한 뒤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한 상태다. 경찰은 이씨 외에도 당시 카메라가 설치된 카드박스가 발견된 테이블에서 게임을 한 10여명이 사기도박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이씨를 검거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와 황씨는 2009년 2월부터 지난 26일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강원랜드 바카라 게임장에 카메라가 장착된 카드박스를 놓고, 설치를 지시한 이씨 등이 딴 돈의 10%를 사례금으로 받았다. 몰카를 이용한 사기도박 액수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사례금 명목으로 3,000만원가량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수법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경찰은 카드박스에 설치된 카메라로부터 얻은 영상을 인근 모텔 등 제3의 장소나 카지노 내 커피숍 등지에 배치된 일당이 확인한 뒤 게이머에게 진동리모콘 또는 휴대폰을 통해 전달하거나, 객장 근처 곳곳에 사기도박단원을 배치시켜 수신호를 주는 방식으로 사기도박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게임 전문가는 "이번에 적발된 몰카는 크기가 어른 엄지손톱 정도로 작지만, 촬영 반경이 넓어 비스듬하게 카드가 내려오는 박스 밑에 설치될 경우 최대 6장의 카드까지 미리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게이머가 딜러를 이길 확률이 90%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일본 등 해외 범죄조직의 연루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객장에 설치된 고성능 몰카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제품으로 가격이 최소 1억원으로 추정되는 등 사기도박에 자금력을 갖춘 기업형 해외 조직이 관여됐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강원랜드는 이처럼 4년간 조직적으로 사기도박이 벌어졌는데도 지난 26일 오후 고객의 신고가 있기까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져 근무기강 해이 등과 관련해 최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고객 신고 이후 10시간여 동안 자체 감사를 벌인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를 늦춘 것은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강원랜드에서는 2009년 10월 고객들이 칩을 현금으로 정산하는 환전소 여직원이 수개월간 80억원을 횡령했다가 들통 났고, 2010년 5월에도 환전팀 직원이 수년간 34억원을 횡령했다 검찰에 적발됐다. 강원랜드는 사고 때마다 내부감찰을 강화하고 객장 내 불법시설물과 CCTV 사각지대 점검 방침을 밝히는 등 사후약방문식 대처로 빈축을 샀다.

강원랜드 전무 등 집행임원 9명은 이날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카지노 측은 불법 시설물을 찾기 위해 임시 휴장을 검토 중이다.

정선=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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