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30일 입수한 2,619건의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문건 확인 결과, 상당수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를 상대로 한 동향파악 수준의 문건이었다. 그 중 일부는 지원관실이 설치되기 전인 2008년 7월 이전, 문건 작성자가 전 직장인 경찰에서 업무상 만든 것으로 추정돼 지원관실의 불법사찰과는 거리가 있다.
검찰이 2010년 1차 수사에서 "김종익씨와 남경필 의원 관련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주로 정관계나 공직사회 동향 등을 정리한 내용이거나 직무범위 내의 활동이어서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이긴 하더라도 민간인을 사찰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다수 발견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이번 문건이 지원관실 산하 8개 팀 중 한 곳, 그 중에서도 팀원 1명의 컴퓨터에서 복구된 것이라는 사실에 비춰보면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1차 수사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급히 자료 영구폐기 지시가 내려오는 등 여러 정황은 이런 의문을 키우고 있다.
이같은 불법사찰의 실태에 대한 의문과 함께, 과연 지원관실의 정상적인 업무범위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령과 총리훈령에 규정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는 ▦공직사회 기강 확립 ▦부조리 취약 분야 점검과 제도 개선 ▦공직자 복무 관리와 관련한 대통령과 총리 지시사항 처리 등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사찰은 그 자체로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범위가 모호하게 나열돼 있고 구체적인 대상과 방법, 절차가 빠져 있어 어느 선까지 조사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문건 검토 결과 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사생활을 침범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고위공직자의 비위 사실뿐 아니라 정치 성향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해 입법 취지를 벗어난'정치 사찰'이었다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에 대한 조사도 권한 밖이기는 마찬가지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4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권한에 대해 '공무원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는 선에서 부수적으로 민간인을 포함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사찰 과정에서는 '윗선'의 필요에 따라 공직자와 민간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탈법과 불법이 광범위하게 자행됐고 민간인 피해자도 나왔다.
조직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했던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지원관실 소속 각 팀의 업무보고는 공식적으로 총리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에게 직보하는 비선조직의 형태로 운영돼 총리실의 관리감독은 허울에 그쳤고 이것이 월권의 원인이 됐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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