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날이 가장 슬픈 날이에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회자되는 유머 하나. 시카고컵스 팬이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하는 일은? 정답은 ' 플레이스테이션의 전원을 끄는 것'이다. 시카고컵스는 1908년 마지막 우승 이후 103년째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게임 공간에서나 가능한 시카고컵스의 우승'을 고대하며 시카고컵스의 팬으로 살아가기란 고통이 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우스개 소리로 표현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시카고컵스 팬의 이런 심정을 십분 이해하는 프로야구 팬들이 있다. 1992년 이후 20년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롯데자이언츠의 열혈 여성팬 김옥봉(26)씨, 그리고 내리 10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트윈스의 '모태 팬'강성우(41)씨. 두 사람은 프로야구단 중에서도 수적으로나 팀 충성도 면에서 전국 최고를 다툴 만큼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두 팀에서도 가장 유명한 팬들이다. "9회말 스리아웃 전까지 절대 자리를 뜨지 않는다"는 강씨와 "비 오는 날이 가장 슬프다"는 김씨. 과연 한국에서 야구팬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강씨는 서울 상원중학교 사회 교사다. 1983년 MBC청룡 어린이 회원 가입 이후 지금까지 LG트윈스를 응원하는 자칭 '모태 팬'이다. "2년 전 LG트윈스 사이판 전지훈련 팬 참관 투어를 갔어요. 그 때 3학년 담임이었는데, 투어 둘째날 졸업식 일정이 겹쳤죠. 훈련 참관을 포기할 수도, 아이들 졸업 축하도 안할 수 없어 첫날 사이판에 갔다가 다음날 새벽 바로 귀국해 졸업식에 참석했죠."팬 투어로는 성이 안차 강씨는 전지훈련 기간 중 사이판을 두 차례나 왕복했다.
강씨의 야구 사랑은 학내에서 유명하다. "조회 시간에 아이들이 제 얼굴을 보면 전날 LG트윈스 성적을 금새 알아차린대요."LG트윈스 응원가로 반가를 만들고 자치(HR) 시간에는 야구 강의를 한다. 강씨는 반 아이들에게 학원 대신 야구장에 가라고 적극 권한다고 한다. "학원에서 한두 시간 문제 푸는 것보다 넓은 야구장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 모습에서 얻을 게 더 많다"는 그는 "타자들이 안타 한 개를 치고 좋은 공 하나를 던지기 위해 얼마나 많이 연습을 하고 노력을 하는지, 학생들이 야구를 통해 배울 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구도( 球都)'부산에 사는 김씨는 전업 '롯데팬'이라 할만하다. 롯데가 한 시즌 동안 전국을 돌며 133경기를 치르는 동안 100경기 이상을 관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고향은 전라도."고교 3학년 때까지 전남 영암에 살았어요. 대학(부산대 행정학과) 진학을 위해 부산에 왔는데, 2009년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시범경기가 제 인생을 바꿔 놓았죠."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그는 "안 되면 롯데구단 직원으로 취업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김씨는 롯데팬들 사이에 '사직구장 목청녀'로 통한다. "한 번은 청주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데, 제 응원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반대쪽 관중석에서 '집에 가라'고 야유를 하더라고요. 경기하던 선수들도 다 올려다 보고…이젠 제가 누군지 다 알 정도죠.하하."
강씨는 LG트윈스 덕분에 역시 교사인 아내 조영혜(51)씨와 결혼했다. "아내와 만난 지 얼마 안돼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갔는데 함께 손 잡고 응원을 하다 애정이 싹텄죠."강씨 부부는 벌써 4년째 연간권을 구입, 막내 아들 민준(9)군과 함께 LG트윈스의 홈경기 전부를 관전한다. 홈 67경기 기준으로 3명 티켓값만 195만원에 유니폼 구입 등 각종 부대 비용을 합하면 연간 수백만원이 들지만 아깝지 않다. 강씨는 왜 그토록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트윈스를 열심히 응원하는 걸까. "우리 사회는 성과가 나지 않으면 혼을 냅니다. 그러면 더 위축될 수밖에요.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LG트윈스가 최근 어려운 일도 있었고, 전력도 약화했지만 시즌을 앞둔 이 시점에서는 믿고 싶어요. 나중에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감독 이하 코칭 스탭과 모든 선수들이 우승을 향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기에 박수를 쳐줄 겁니다."
롯데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2008년부터 4년 연속 4강에 진출하며 강팀으로 부활했기 때문. "경기 후반 '부산갈매기' 전주가 울려 퍼지면 뭔가 끓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김씨는 "올해 이대호 선수가 빠지긴 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잘 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특별히 바라는 건 없어요. 선수들이 부상 없이 시즌 끝까지 무사히 뛰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우승도 따라오겠죠. 지난해엔 꼭 100경기를 봤는데 올 시즌엔 101경기 관전이 목표입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 스트레스 아웃!… 백구드라마에 홀린다
올시즌 700만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는 프로야구가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다음달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개막하는 2012 팔도 프로야구 정규시즌 롯데와 한화전의 입장권이 예매 27분 만에 2만2,000장이 모두 매진 되는 등 폭발적인 프로야구의 인기를 반증하고 있다.
2012년 팔도 프로야구는 그 어느 해 보다 재밌는 승부가 예상된다. 이승엽(삼성)과 박찬호, 김태균(이상 한화), 김병현(넥센) 등 '특급 해외파'가 국내로 복귀하면서 야구팬들의 마음을 들뜨게하고 있다. 4월7일 개막전을 앞두고 벌써부터 이번 시즌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개막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취재한 야구해설위원들을 통해 올해 프로야구를 미리 전망해봤다. 8명의 야구해설가 미리 본 2012년 녹색 그라운드다. 허구연 구경백 윤석환 이용철 이병훈 안경현 이숭용 손혁(복수 응답 가능)
올 시즌을 앞두고 해외파 박찬호(39ㆍ한화) 이승엽(36ㆍ삼성) 등의 복귀는 겨우내 야구에 목말라 있던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도대체 프로야구에 어떠한 매력이 있기에 이토록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야구는 즐거움이다
일부 마니아 층만의 스포츠로 취급 받던 프로야구가 이제는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단순히 프로야구를 '본다'에서 프로야구를 '즐긴다'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황상민(50)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야구장에 가는 것을 사람들이 연극, 뮤지컬을 보러 가는 것과 같은 범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놀이동산에 놀러 가는 것과 똑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복잡한 규칙으로 인해 처음 경기장을 찾는 관객의 경우 규칙 등을 잘 몰라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응원가를 부르고 즐기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또 대중이 프로야구를 통해 느끼는 즐거움을 바탕으로 향후 10년은 프로야구의 열기가 지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27일 잠실구장을 찾은 여대생 송가영(21)씨도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처음 야구장을 찾을 때만 해도 안타를 치고 왜 1루 베이스를 향해 뛰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며 "선수 개개인마다 응원가가 있고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응원 분위기가 좋아서 계속 경기장에 오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구에 빠져들게 됐다"고 밝혔다.
야구는 가족이 함께 한다.
정희준(47)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야구의 매력에 대해 "전 연령층이 함께 고루 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야구장을 찾는 관객을 보면 10대 어린 팬들부터 60대 이상 어르신들까지 팬 층이 다양하다"며 "부모와 자식,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가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만 보더라도 대를 이어 야구를 관람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세대를 뛰어 넘는 교감이 프로야구라는 스포츠 안에 들어있다"고 말했다.
25일 문학구장을 찾은 김재훈(43)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김대호(11)군과 함께 SK 모자와 붉은 막대풍선을 들고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평소에 일이 바빠서 잘 놀아주지 못했지만 같이 야구를 보면서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야구가 부자(父子)사이를 돈독하게 해준다"며 미소 지었다.
프로야구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이효봉(49) XTM 해설위원은 프로야구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민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단순히 특정 팀이나 스타 선수들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이제 프로야구가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 같다. 정말 순수하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야구장에는 재미와 기쁨, 때론 슬픔까지 모두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한번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이 다시금 프로야구를 보러 오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직접 겪은 선수들도 프로야구의 폭발적인 인기 증가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프로야구 17년 차 베테랑 송지만(39ㆍ넥센)은 "90년대 말, 2000년대 초만 해도 지금과 같이 여성 팬과 연인들이 많지 않았고 주로 40대 이상 어른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서서히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처럼 성숙한 관중 문화가 정착되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야구장을 찾는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와 함께, 때론 혼자서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올 시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세운 목표는 관중 700만 명. 수많은 팬들이 올해도 프로야구의 묘미를 만끽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을 전망이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 박찬호·이승엽·김병현·김태균 가세 … 올 800만 관중 가능할까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7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세운 2012 팔도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 역대 최다관중인 10만명 이상의 야구팬들이 몰리며 내심 800만 관중까지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박찬호, 김태균(이상 한화) 이승엽(삼성) 김병현(넥센) 등 해외파의 복귀로 야구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또 윤석민(KIA), 류현진(한화) 등 국가대표 에이스들의 맞대결과 함께 16년 만에 고향팀으로 컴백한 선동열 KIA 감독, '잠실 라이벌' 김기태 LG 감독과 김진욱 두산 감독의 초보 라이벌전 등 관전 포인트가 넘쳐 난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는 기념비적인 몇 가지 기록을 썼다. 2010년 592만8,626명에서 사상 첫 600만(680만9,965명) 관중을 동원했고 야구 역사가 몇 십 년 앞선 미국, 일본과 동등한 수준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야구발전실행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3개국 좌석점유율은 미국(69.9%), 일본(65.9%), 한국(65.7%) 순이었다.
여성관중 비율은 무려 40%에 가까웠다. KBO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은 관중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적으로 39.2%에 달했다. LG와 두산을 비롯해 SK, KIA 등 일부 구단은 여성팬 비율이 40%를 넘었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 포스트시즌에서도 총 14경기를 직접 관전한 30만2,109명 중 여성 비율은 34.3%였다.
이진형 KBO 홍보팀장은 "여성 관중의 급증은 끊임없는 구단의 마케팅 노력이다. 선수들도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 다양한 팬들이 생겼다"며 "예전에는 응원하는 팀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야구장을 찾았지만 이제는 경기 자체를 즐기고 있다. 일단 KBO의 1차 목표는 700만 관중이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 스트라이크!… 女心 한복판에 꽂혔다
치어리더의 짧은 치마 속을 엿 보던 술 취한 중년 남성들의 음흉한 눈빛은 사라졌다. 그 자리엔 치어리더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목청을 높여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한다. 야구장 응원 단상 주위의 풍경은 프로야구가 서른 한 살의 나이를 먹는 동안 그렇게 바뀌었다.
프로야구 출범 30주년을 맞았던 지난해 프로야구 전체 관중(680만9,965명)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적으로 39.2%에 달했다. 여성 팬들이 프로야구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내달 7일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 2012시즌 프로야구도 여성 고객 유치를 위한 각 구단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여성 팬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 라이벌'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700만 관중 돌파와 함께 '여심(女心)'몰이의 선두주자다. 시범경기부터 폭발적인 관중 동원에 성공하고 있는 두 팀은 올해도 여성 팬들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LG 트윈스는 여성과 어린이를 겨냥한 '레이디 데이', '키드 데이'를 격주로 실시한다. 특히 네일 아트와 메이크 업, 타로점 등 여성 참여 이벤트를 더욱 늘릴 예정이다. 또 2년 전부터 벌이고 있는 여대생을 위한 캠퍼스 야구 특강도 확대활 계획이다. LG의 장내 아나운서 허지욱씨가 여자대학을 방문해 야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룰 등을 소개하면서 야구 저변을 확대하는 행사다.
두산 베어스는 전통의 '퀸즈 데이'행사를 올시즌에도 월 1회 실시한다. 여성 관중의 입장권 할인뿐 아니라 패밀리 레스토랑 이용권, 해외항공권, 여성용 용품 등을 경품으로 내놓는다. 연예계 여자 스타에게 맡겼던 시구도 올해부터는 여심을 사로잡기 위해 남자 아이돌 섭외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SK 와이번스의 홈인 인천 문학구장은 인천 시민들에겐 관광 명소와 다름 없다. 푸른 잔디밭과 정자 위에선 야외 나들이를 즐기고 관중석 한 가운데서는 삼겹살 파티가 열린다. 화장을 고치거나 잠시 쉴 수 있는 여성 전용 휴게실 파우더룸이 인기를 끌고 있고, 아기와 함께 온 엄마를 위한 수유실까지 갖춰져 있다. 여성 팬들은 프로야구 경제학면에서도 VIP 고객이다. 그들은 야구장에 갈 때 옷과 신발, 모자까지 따로 구매한다.
야구는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으로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여성 관중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야구 문외한이던 여성 관중이 야구장을 찾기 시작했다. 성인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프로야구에 젊은 여성 관중이 구름처럼 몰린다는 사실이 통계로도 확인됐다. 프로야구가 서른 살을 넘어서면서 '선 순환'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 어린이 팬들이 성인이 된 뒤 가족 단위로 야구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KIA 타이거즈의 치어리더 오로라(23)씨는 "학창 시절 서울의 KIA 경기는 빼 놓지 않고 야구장을 찾았다. 일도 관심 있었지만 좋아하는 야구를 보기 위해 치어리더에도 지원했다"고 말했다.
LG 트윈스는 올시즌 관중 목표를 125만 명으로 잡았다. 여성 관중 비율을 40% 이상 점치고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 LG의 여성 관중은 약 35%였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시즌 5월부터 8월까지 옐로우 지정석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를 실시했는데 남ㆍ여 성비가 거의 비슷한 51대49였다. 조연상 LG 마케팅팀장은 "최근 들어 치열한 순위 싸움 등 야구 경기 자체가 재미있어진데다 각 구단이 여성 팬을 위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결과인 것 같다"며 "게다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열풍이 불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높아진 여성 팬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 넥센선수단 12시간 동행해보니
프로야구단 24시 넥센 시범 경기 동행취재, '야구 선수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나'
아직까지 쌀쌀한 바람이 느껴지는 오전 8시. 프로야구 넥센의 홈 구장이 있는 목동구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선수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자가 넥센 선수들과 함께한 27일은 잠실구장에서 두산과의 시범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선수들은 원정 경기를 떠나기 전 목동구장에 모여 2대의 구단 버스에 나눠 타고 잠실로 이동했다.
▲오전 8시 목동구장 집합
부지런한 선수들은 8시 전에 경기장에 나와 웨이트 트레이닝 실에서 개인 운동을 했다. 성실하기로 유명한 유한준은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나와 훈련에 한창이었다. 그 옆에서 허도환, 서건창 등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김민우가 밝은 표정으로 "좋은 아침입니다"고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9시 20분 출발 준비
잠실구장으로 향하는 버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이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이보근이 부시시한 머리로 뒤늦게 출근했다. 심재학 코치에게 "빨리 안 뛰냐"는 타박을 듣고서야 허겁지겁 라커룸으로 뛰어갔다.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방망이와 도구를 챙겨 들고 경기장을 나섰다. 경기장 앞에 대기중인 구단 버스 2대에 몸을 싣는데 버스에 오르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장기영이 들고 오던 짐을 말없이 신인 박종윤에게 건네자 박종윤은 재빨리 선배의 짐을 받아 버스 트렁크에 능숙하게 실었다. 이미 일상이 된 것 같은 모습이다. 송지만, 정수성 등 고참 선수들은 여유 있게 제일 마지막으로 버스에 올랐다.
▲9시 40분~10시 15분 이동
잠실구장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은 각양각색이다. 편안한 뒷자리는 예상대로 고참들의 몫이었다. 25인승 버스에 오르자 선수들이 모두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한현희는 좋아하는 걸그룹'miss A'의 '터치'를 들으며 리듬에 맞춰 고개를 흔들었다. 이처럼 선수들은 대부분 음악을 듣거나 카카오톡으로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경기를 앞둔 긴장감을 즐겼다. 외국인선수 밴 헤켄만이 커튼을 살짝 거두고 한강을 신기한 듯 둘러봤다. 버스 안은 의외로 매우 조용했다. 송지만은 "이동 중에 급한 통화 외에는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이 매너다"고 설명했다. 그것도 잠시 선수들은 이내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10시 20분 경기장 도착
잠실구장에 도착하자 선수들은 짐을 들고 3루 원정팀 덕아웃으로 향했다. 잠실은 원정 라커룸이 매우 작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잠실구장마저 이렇게 열악한 시설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덩치 큰 오재일이 움직이자 옆에 있던 서건창이 복도 옆으로 밀려났다. 복도에 짐을 그대로 펼쳐 놓던 박병호는 "원래 이렇다"며 새삼스럽지 않다는 반응이다.
▲11시 훈련 시작
홈팀 두산의 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11시에 그라운드로 향했다. 투수조는 불펜에서 몸을 푼 뒤 가벼운 캐치볼을 시작했고 야수조는 배팅 훈련과 수비훈련에 몸을 날렸다. 이날 선발 투수로 예정된 나이트는 덕아웃에 앉아 조용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있었다. 나이트에게 "삼진 10개 잡아라"라고 말을 건네니 옅은 미소와 "땡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갑자기 선수들 사이에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소리가 들렸다. 지난해 넥센에서 은퇴한 이숭용 XTM 해설위원이 선수단을 방문한 것이다. 이 위원은 "내가 빠지니 선수들이 잘해서 섭섭하다"고 농담을 건넸고 김시진 넥센 감독은 "얼굴 좋아졌네, 이 위원"이라고 눙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11시 30분 간단한 식사
어느 정도 몸을 푼 선수들이 비좁은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사실 이 곳은 식당이 아닌 원정팀 라커룸이다. 홈인 목동구장과 달리 잠실구장에서 선수들은 8명 남짓이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웠다. 뷔페식으로 놓인 제육볶음, 샐러드 등을 먹고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다.
▲오후 1시 경기 시작
정확히 1시가 되자 경기가 시작됐다. 덕아웃에 앉은 선수들은 큰 목소리로 "좋아, 볼 좋다"며 나이트를 응원했고, 나이트가 1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들어오자 선수들이 모두 일어나 "굿잡(Good job)"이라며 하이파이브로 반겼다. 이날 경기는 결국 6-4로 넥센이 승리, 5연승을 질주했다.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은 바로 짐을 챙겨 버스로 향했다. 경기장 앞에 모인 여성 팬이"강정호 잘 생겼다"라고 소리지르자 강정호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사인을 해주고 서둘러 버스에 탑승했다. 선수들은 분주히 짐을 들고 버스로 향했는데 이것을 버스 짐칸에 싣는 것은 역시나 막내와 불펜 포수들의 몫이었다.
▲4시 30분 다시 목동으로
버스가 다시 목동구장으로 향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피로감에 쓰러져 잠을 청했다. 특히 나이트는 피곤했는지 버스에 오르자마자 눈을 감았다. 경기장 부근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탓에 차가 다소 밀렸다.
▲5시 30분 해산
목동구장에 도착한 선수들은 자신의 짐을 다시 라커룸에 넣고 해산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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