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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영업자 고용보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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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영업자 고용보험 시대

입력
2012.03.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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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게도 아닌데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고용보험이 있으면 여기에 의지해 재기를 노려볼 수 있겠지요."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12년째 건어물점을 하는 상인의 말이다. 그 분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첫 사업주다.

자영업자도 실업급여를 받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1월 22일부터다.

자영업자에게 고용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자영업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실직 후에 실업급여나 직업훈련을 받으면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기회가 있지만, 자영업자는 그렇지 못했다.

전국소상공인 실태조사라는 통계가 있다. 3년 주기로 중소기업청에서 한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0년 자료를 보자. 자영업을 하게 된 동기를 보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답이 80%가 넘는다. 이러한 답은 매출이 적은 사업장일수록 더 높게 나타난다. 가업승계나 전공분야의 창업이라고 답한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현 사업 직전에 무얼 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개인사업을 한 경우는 34%다. 나머지 대부분은 직장인이거나 전업주부였다. 또 창업비용을 묻는 질문에는 3,000만원 미만이 33.5%고, 6,000만원 미만이 66%다. 조사 내용만 봐도 우리나라의 자영업이 얼마나 영세한지 알 수 있다.

또 최근에는 50세 이상의 자영업자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퇴직 이후의 생계를 위해서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어놓고 보면 헤쳐 나갈 현실이 녹록치가 않다. 대형할인점과 경쟁해야 하고 또 골목마다 비슷한 업종의 가게가 즐비하다.

자영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보고자 노력해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아놓은 돈은 없는데 직장에서 물러나면 당장의 생계가 막막해진다. 어렵다고 하는 자영업을 선택해야 하는 심정은 십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대비하는 최소한의 준비는 있어야 한다. 비록 작은 출발이라고 해도 내 장사를 시작하면서 사업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 같겠지만 혹시라도 경쟁에서 밀리게 되는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소규모 자영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확대한지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3,700여명의 자영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가입 내용을 보면 근로자가 없는 자영업자가 전체의 55.6%로 가장 많다. 종업원이 1명에서 4명 이하인 경우는 28.4%다. 또 연령대로 보면 50대가 40.9%로 가장 많다.

종업원이 없거나 적은 50대 자영업 사업주가 많이 가입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영세한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자영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불가피하게 가게 문을 닫게 되었을 때 가입 시 선택한 등급에 따라 생활자금을 지원받게 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계속적인 적자로 폐업을 하거나 임신, 출산, 건강 등의 문제로 부득이하게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때다. 자영업자의 고용보험은 임의 가입 형태로 운영된다. 가입의 득실을 스스로 따져 보아야 하겠지만, 가입은 개업일로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한다. 1월 22일 이전부터 이미 자영업을 하고 있다면 기한은 7월 21일까지다.

사업이 잘 될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보험이다. 사전에 적은 비용으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불행을 미리 대비해 두는 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일 것이다.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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