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사들이 초등학교 어린이 일기 검사도 못하게 됐다는 보도(한국일보 3월 30일자)는 교육현장의 답답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인권조례에 대한 우려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학생 인권은 무시돼도 좋다는 거냐"고 받아 쳤었다. 하지만 신중했던 다수는 일기 검사 문제처럼 단순한 인권 논리만으로는 교육현장의 폭넓은 '필요'를 재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정작 걱정했던 것이다.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부모가 일기를 보는 것도 꺼린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교사의 일기 검사를 용인한 것은 인권 다툼의 소지를 뛰어넘는 교육적 필요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 일기는 일상이라는 가장 절실한 글감을 활용한 글쓰기 기회이자, 교사와 어린이들 간의 소통 창구다. 성실한 교사가 일기장에 써주는 한두 줄의 언급이 교육적 효과가 큰 것도 그 때문이다.
아이들이 일기를 감추고 싶어질 때면 부모와 학생, 교사 간에 일종의 타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서울학생인권조례는 '교직원은 학생의 동의 없이 일기장 등 학생의 사적인 기록물을 열람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해 일기 쓰기를 통한 글쓰기 지도와,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의 장을 훼손하는 결과를 빚었다.
인권조례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이루어진 학생 지도에 혼선을 준 건 비단 일기 검사뿐만 아니다. 소지품 검사나 용모 지도 같은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은 "소통 목적의 검사는 가능하다"거나 "문제는 학생 동의 없는 일방적 검사"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 참고하기엔 애매하기 짝이 없다. 인권조례를 굳이 고집하겠다면 교육감이라도 직접 나서 공연한 혼선을 막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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