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히스테리/홍석률 지음/창비 발행·500쪽·2만5,000원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홍석률 상지대 교수의 <분단의 히스테리> 는 남북 분단과 그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1968년 1ㆍ21사건에서 시작해 1976년 판문점 도끼살해 사건까지 시기를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다. 주로 미국의 공개문서를 통해 당시의 남북 관계, 미중 문제 등을 해명하는 책 서두에서 저자는 한반도 분단 현실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려면 '전지구적 차원' '한반도적 차원' '분단국가 내부적 차원'을 연결해 사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분단의>
이 시기 남북은 1968년 1월 북한 특수부대원들의 청와대 습격과 이틀 후 북한의 미군 첩보함 푸에블로호 나포, 또 그 해 말 100명이 넘는 북한 무장간첩의 울진 삼척 지역 남파 등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군사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방중으로 미중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세계사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이 같은 데탕트 분위기를 타고 북미, 한중 관계 모색이라는 새로운 움직임이 생겨났다. 남북 역시 7ㆍ4공동성명 발표 등으로 화해 무드를 잡아갔지만 남한의 일방적인 유엔 동시가입 선언으로 결국 사이는 틀어졌고 판문점 도끼 살해 사건으로 화해 무드에 종지부를 찍었다.
분단 이후 남북이 반복하는 위기-화해-위기 사이클에서 벗어나는 해법은 무얼까. 저자는 책에서 남북 관계의 해법을 여러 실이 꼬여 있는 매듭풀기에 비유했다. 북한은 북미관계라는 매듭이 풀리면 모든 것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여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핵 개발 및 실험, 미사일 발사 등을 하면서 그 매듭을 잡아당긴다. 하지만 그럴수록 남북관계 매듭은 조여지고 미중 관계도 경색된다. 매듭이 풀릴 리가 없다. 지금 남한 정부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매듭만 세게 잡아당기고 있다. 남북 관계라는 매듭은 경색되고 미중도 꼬이고 한미, 한중, 북중도 꼬여만 든다.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푸는 올바른 해법은 먼저 한 매듭을 조금 이완시켜놓고 다른 매듭들도 연쇄적으로 조금씩 풀어나가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체제경쟁론, 내ㆍ외인 우선론, 평화공존과 통일의 양자택일론 같은 '반토막 정신'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해방 이후 남북의 풀리지 않는 밀고 당기기를 저자처럼 '히스테리'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은 한반도 분단과 평화의 해법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여유가 적어도 남한의 일부 사람들에게는 있다는 증거로 느껴진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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