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세계성을 강조한 오바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세계성을 강조한 오바마

입력
2012.03.30 12:02
0 0

"한국은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로, 폐쇄적인 나라에서 안보와 번영의 리더로서, 글로벌 코리아로 성장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이 한류 열풍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 한국외국어대에서 행한 연설 내용의 한 부분이다. 2009년 이집트 카이로대에 이어 사실상 해외 대학에서 행한 두 번째 연설이자 국내 대학에서의 첫 연설에서 오바마는 글로벌 협력을 시종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공조와 협력이 핵 테러를 포함한 세계평화에 필수적이라는 점이 연설의 골자였다. 이를 위해 그는 연설의 끝을 "같이 갑시다"라는 한국어로 장식했다.

글로벌 시대에 있어 북한과 이란 핵문제 그리고 핵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세계성(Globality)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오바마의 시각이다. 그가 연설의 중간 중간에 한국어를 삽입하면서 한국의 사례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사회의 진정한, 그리고 건설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교통 및 통신의 발달을 바탕으로 한 양적인 세계화가 아닌 주요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공감하고 진정한 협력을 추구하는 세계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세계성은 국제적 사안과 다른 문화에 대한 질적인 이해를 의미한다. 오바마는 한국외대 연설에서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사실과 천안함 장병 46명에 대한 경의도 다시 한 번 표했다. 자신이 방문한 국가와 청중에 자신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했다. 세계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20세기 말 시작된 세계화는 이미 통신의 발달로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1세기는 세계성의 정도가 국제사회에서 국가와 국민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시대다.

오바마의 연설과 행보에서 잘 나타났듯이 이제 우리는 세계성을 진작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우선 세계 문화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언어를 모르고서는 각국의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이 성 김 대사를 한국에 파견한 배경은 세계화보다는 세계성을 강조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언어는 21세기의 중차대한 무기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에서 강조했고,아랍의 시민혁명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SNS는 수십 년의 장기 독재 정권도 무너뜨리고 있다. 세계성의 필요성이 여기에도 나타난다. 과거에는 정보의 흐름을 국가 혹은 정치 및 경제 권력이 독점하거나 장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일반 시민이 손바닥 위에서 정보를 생산해 유통시키고 있다. 이는 섬세한 외교와 경제 진출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선 전문성이 뒷받침 돼야 하며, 그 국제적 전문성의 기초는 바로 언어다.

오바마가 보여주고 강조한 세계성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섬세함이다. '부드러운 외교', '문화외교' 등의 용어가 주요 국가의 전략에 포함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미국 대통령이 한국외대를 특강 장소로 선택한 이유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드러운 외교를 위해 대학생들과의 대화를 추구하면서 가장 자신의 연설이 잘 수용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한 것이다.

정중지와(井中之蛙). '우물 안 개구리'라는 의미로, 식견이 좁음을 뜻한다. 실력이나 지식이 뛰어나다고 본인은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별것 아닌 사람을 일컬을 때 쓰이곤 한다. 대단히 부정적인 의미지만 당사자는 그 사실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일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우물 안 가재'처럼 살아간다. 개구리는 비가 와 우물이 넘치면 뛰어 나올 수도 있지만 가재는 우물이 소란해 지면 더 돌 밑으로 파고든다. 21세기에는 우물 속 가재는 물론 개구리도 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 환경에서나 적응해 국격을 높이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세계성을 가진 인재를 양성할 때다.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