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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한국나비생태도감' 한겨울 눈 맞으며 나뭇가지 흉내내는 갈구리나비 번데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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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한국나비생태도감' 한겨울 눈 맞으며 나뭇가지 흉내내는 갈구리나비 번데기… 왜?

입력
2012.03.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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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나비생태도감/김성수 글ㆍ서영호 사진/사계절 발행ㆍ540쪽ㆍ4만 3,800원

나비는 예뻐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나비가 궁금하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나비도감이다. 현재 국내에 10여 종이 나와 있다. 하지만 대부분 표본이나 어른벌레 중심이어서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어른벌레까지 나비의 한살이를 알 수 없고 정보도 부족했다. 애벌레도감, 번데기도감, 생태도감뿐 아니라 지역별 나비도감까지 나오는 일본과 비교하면 가야 할 길이 아주 멀다.

<한국나비도감> 은 국내 나비도감 중 처음으로 나비의 한살이를 모두 담았다. 지금껏 나온 도감 중 가장 많은 남북한 나비 280여종을 2,0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수록했다. 미접(迷蝶ㆍ바람에 길을 잃고 본래 서식지를 떠나 다른 데서 잠시 사는 나비)과 희귀종도 소개했다. 한국나비학회 김성수 회장이 쓰고 사진은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 서영호씨가 찍었다.

나비의 한살이를 모두 정리한 것은 이 도감의 최대 장점이다. 어른벌레뿐 아니라 알, 애벌레, 번데기, 짝짓기, 부화, 우화, 텃세 행동, 천적 등 나비 생태의 모든 것을 수록했고 최신 학명과 연구 성과를 반영했다. 또 다른 장점은 찾기 쉽고 보기 쉽다는 것이다. 나비마다 분포도, 서식지, 주년 경과(한살이의 단계별 시간표) 등을 간결한 다이어그램으로 만들어 나비의 한살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기존 도감을 능가하는 이러한 장점과 나란히 단점도 보인다. 가장 큰 아쉬움은 나비를 키워서 찍은 사진이 많다는 점이다. 나비의 생태를 정확히 알려면 나비가 사는 곳을 찾아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봐야 하지만, 여러 여건 상 알을 가져다 부화시켜서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부드러운 어린 잎을 먹어야 할 어린 애벌레가 다 큰 억센 잎에 올라 앉은 장면처럼 어리둥절한 사건을 보게 되기도 한다. 자연은 나비의 성장 속도와 먹이식물의 성장 속도를 딱 맞춰 제철 식탁을 차려주는 반면, 사람이 만든 인위적 환경의 시계는 엇박자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생태 연구자 A씨는 야생이 아닌 사육지 촬영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로 부전나비과 를 소개하는 장에 개미 사진이 거의 없는 것을 꼽았다. 그는 "부전나비과 나비들의 애벌레와 개미의 공생 관계는 이 나비의 생태를 아는 데 중요한 핵심 정보"라며 "밖에 나가 일일이 관찰해서 만든 도감이라야 진짜 '생태'도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생 확인이 빠진 데서 비롯된 오류도 있다. A씨는 "북방까마귀부전나비의 먹이식물이 갈매나무라고 쓴 것은 틀린 정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갈매나무가 자라는 높은 고도에는 북방까마귀부전나비가 살지 않는다"며 "정답은 갈매나무가 아니라 짝자래나무와 참갈매나무"라고 설명했다.

나비를 포함해 모든 생물은 저 혼자 살지 않고 주변의 다른 동물, 식물과 어울려 생태계를 이룬다. 때문에 곤충의 생태를 정확히 알려면 식물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곤충학자가 식물에도 정통하기는 어려운 일. 좀 더 완벽한 나비도감이 나오려면 관련 전문가들의 협동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오미환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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