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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 두려움에서 도망치지 마, 그래야 자랄 수 있어

입력
2012.03.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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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김이윤 지음/창비 발행ㆍ228쪽ㆍ9,500원

사진작가 엄마와 단둘이 사는 여고생 여여는 어느 날 엄마가 말기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언제 엄마가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진 여여는 엄마 친구를 찾아갔다가 자신의 '생물학적 아빠'가 A그룹 서동수 이사임을 알게 되고 서 이사가 강연하는 청소년 경제 캠프에 참석하며 그와 가까워진다.

새 학기 들어 여여는 학교 천문 동아리 반장인 시리우스를 만나 풋사랑에 빠지지만 곧 막을 내리고 엄마와의 여행으로 마음을 달랜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죽음을 맞고, 장례식 후 악몽에 시달리던 여여는 서 이사를 만나 위로를 얻지만 끝까지 자신이 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주인공의 이름 여여(余汝)는 '나(余)를 챙기고 난 뒤 남(汝)을 돌본다'는 의미. 소설의 마지막, 여여는 자신의 이름처럼 한 뼘 더 자라있다.

제5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임신, 낙태, 폭력, 성매매, 자살 등 자극적인 소재가 판치는 최근 청소년소설 트렌드를 정확히 거스르고 있다. 주인공은 전통적 가족 규범에서 벗어난 환경에서 자랐지만, 말투나 행동, 가치관은 1970,80년대 모범생의 면면을 재현한다. 20년 차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며 아이들을 키워온 저자 김이윤의 이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김씨는 "소설은 모두 내 경험에서 비롯됐다"며 "10여 년 전, 여여처럼 나도 어머니를 암으로 떠나 보냈다.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이 계속 나를 짓눌렀고, 누구나 겪게 되는 아픔을 소설로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여는 엄마의 상실 후에 진정으로 남들을 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요. 그 모습을 쓰면서 저 역시 많이 성숙했어요."

창비 청소년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은 문학의 가장 큰 역할은 '감동의 전달'이라는 초심을 환기시켰다"고 평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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