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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지각도 때론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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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지각도 때론 공부다

입력
2012.03.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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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얼굴이 어두워 뛰어가 물었더니 대뜸 아들 얘기를 꺼내신다. 고등학교 1학년인데 지각을 밥 먹듯 한다는 거였다. 학교 가는 길에 우리의 아드님 대체 어딜 가서 무얼 하시나. 나와 달리 우리 부장님 지금껏 지각 한 번을 안 한 성실 모범 표창감이시니 나와 닮아 아침잠 많은 아드님 어찌 쉽게 이해하실까.

다른 건 다 참아도 유독 졸음은 못 이겨서 1교시 수업마다 울상이던 고교 시절의 내가 있었다. 아무리 짝사랑하던 선생님이 내 앞을 지키고 서 계셨어도 고개로 방아 찧기를 멈출 수 없던 나, 특히나 조는 걸 들키는 즉시 칠판지우개를 던지시던 국어선생님 시간에는 두려움에 묵주까지 손에 쥔 채 기도하는 심정이곤 했다.

죽으면 평생 잘 잠인데 그걸 왜 그렇게 못 참는지 원. 자율학습 시간에 매를 들고 지나가시며 툭툭 내뱉던 선생님들의 말씀, 아니 고작해야 네다섯 시간 자는데도 안 졸리면 그게 사람이냐고! 얄개시대다 뭐다 해서 그 시절로 꼭 한번 돌아가고 싶다는 이들도 많다던데 천만에, 영국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안학교 서머힐이면 모를까 이 나라 이 교육 과정이라면 가마 태워 등하교 시켜준대도 싫다.

잠만 푹 잤어도 2센티미터는 더 클 수 있었던 내 키가 아쉬워서다. 각설하고, 한 권을 사서 부장님께 드려야겠다. 부장님 아들이 왜 지각대장인지 그림책 속 주인공 존 패트릭 노먼 맥해너시가 꼭 집어 알려줄 테니 말이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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