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자행한 사찰 내용을 담은 문건 2,600여건이 무더기로 공개됐다. 문건에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대상인 고위 공무원과 공기업 임원은 물론 일반 민간인과 재벌 총수, 국회의원, 언론계 및 금융계 인사들에 대한 사찰 내용까지 대거 포함된 것이 확인돼 총리실의 사찰이 무차별적으로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는 29일 노조가 제작하는 인터넷뉴스 ‘리셋 KBS뉴스’을 통해 총리실의 사찰 문건 2,619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문건에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출범한 2008년 7월부터 3년 동안 지원관실 산하 점검1팀의 사찰 내역과 구체적인 결과보고서가 포함됐다.
특히 청와대 하명사건 처리부의 존재도 확인돼 사찰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008~2010년 작성된 청와대 하명사건 처리부에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외에 사립학교 이사장, 산부인과 의사, 서울대병원 노조 등 또 다른 민간인들이 포함됐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 패러디 그림을 병원 벽보에 붙여 사찰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간인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사찰 대상인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공기업 임원에 대한 사찰도 다수 확인됐다. 문건에 기록된 공기업 임원은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문식 전 국가시험원장, 김광식 전 한국조폐공사 감사 등으로 모두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이들이다. 공직자 감찰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고유 업무라고 해도 이들 대부분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 당시 사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에는 시민단체 대표와 문화계 인사 등 사회 각 분야 인사 및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찰보고, 장ㆍ차관의 복무동향도 꼼꼼히 기록됐다. 어청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업무능력과 비위 의혹을 조사하기도 했다.
재벌과 금융계 인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비자금 수사 이후 설립한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등 기업인 관련 단체,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 등에 대한 사찰 정황도 포함됐다.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경찰대 교수에 관한 사찰 보고서가 있는가 하면, 경찰 내부망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하위직 경찰관들에 대한 동향 파악도 이뤄졌다. 특히 전ㆍ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무궁화클럽에 대한 사찰 문건은 150건이나 발견됐다. 화물연대와 현대자동차노조 등 노동단체도 사찰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사에 대한 사찰을 통해 언론 장악을 시도한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문건에는 KBS 노조 성향 분석은 물론 김인규 사장에 대한 인물평가까지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으며, YTN 파업 주동자에 대한 법적 대응지침까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제공한 정황도 발견됐다. 또 KBS MBC YTN의 임원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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