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9일 파업 중인 KBS노조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 문건을 공개하자 당혹해 하면서도 일단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려고 했다. 하지만 문건의 내용이 갖는 폭발성이 워낙 강하고 곳곳에 청와대를 의미하는 'BH(Blue House)' 등이 표기돼 있어서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건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청와대는 불법 사찰을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은 총리실에서 진행된 것으로 청와대와는 관련이 없다"며 "총리실에서 확인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니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문건에 표기된 'BH'에 대해서도 "우리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이날 문건 공개가 이뤄지기 전 언론과 가진 통화에서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은폐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임 전 실장은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사건은 언론과 국회에서 계속 쟁점이 됐기 때문에 국회가 열리거나 언론 보도 등으로 쟁점이 부각될 때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궁금한 것을 알아보는 정도였다"며 "별도로 보고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불법사찰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전 총괄기획과장의 가족에게 2010년 추석(9월) 때 금일봉을 전달한 것에 대해 "공무원 출신으로 그 가족들이 어려움을 이기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시 자신의 사무실에 들렀던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종석 전 행정관으로부터 이 전 지원관과 진 전 과장의 얘기를 전해 듣고 개인 돈 100여만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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