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재복원의 막이 올랐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달 말 "청계천을 역사적이고 생태적인 공간으로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는 2005년 9월 완공 이후 8년 만에 재수술에 나서는 청계천 재 복원의 마스터 플랜을 짜기 위해 최근 오충현 동국대 교수를 비롯 환경ㆍ생태ㆍ도시ㆍ역사 전문가 등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시민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 8년간 각종 문제 제기를 통해 서울시의 청계천 재 복원 결정을 이끌어낸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와 29일 현장답사를 통해 청계천 재 복원의 청사진을 그려봤다.
인공 어항에서 생태 하천으로
대다수의 환경 운동가와 시민 단체들은 그 동안 청계천을 '콘크리트로 만든 인공 어항'이라고 불러왔다. 한강물을 인공적으로 정수한 뒤 흘려 보내는 청계천의 수로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청계천 재 복원작업은 우선적으로 콘크리트 바닥을 뜯어내는 대공사가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그 대안도 있다. 최 목사는 "일단 수로에 모래와 자갈을 깔아주기만 해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여기에 청계천에 생물이 살수 없는 원인으로 꼽혀온 빠른 물살과 동일한 수로의 높낮이만 바꿔줘도 청계천은 개구리가 살수 있는 생태 공간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 목사는 "서울시가 지난 3년에 걸쳐 청계천에 방류한 30만 마리의 다슬기는 이미 모두 죽었고 방류한 민물고기도 영양실조로 말라가고 있다"며 "죽음의 하천을 이제 살아있는 하천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물을 물쓰듯 하는 방식서 순환 하천으로
청계천 재 복원에 투입될 예산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청계천 운영ㆍ관리에 투입되는 1년 예산은 80억원 정도이다. 여기에는 정수한 한강의 물을 청계천으로 공급하는 한국수자원공사에 지불해야 하는 물 값은 빠져있다. 또 수로의 녹조 현상을 막기 위한 청소 비용과 유지 관리 비용은 앞으로도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이날 답사에서 청계천 시작점에서 모전교에 이르는 우측 통행로는 부분적으로 균열ㆍ파손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허재영 공주대 교수는"해당 균열부분은 청계천 공사시 기초 공사 부실에 따른 결과물이거나 계절적 요인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인공하천인 청계천의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로 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와 청계천 시민위원회는 이에 따라 청계천을 다른 지천과 연결해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바꾸는 계획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00년 조선 역사가 숨쉬는 공간으로
청계천 복원의 문제점으로 꼽혀온 유적 방치 및 훼손 부분은 이번 재 복원 작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광교는 자리를 옮겨 복원된 상태로 청계천에 남아 있고, 수표교는 현재 장충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전우용 서울시 문화재위원은"서울 성곽과 비교하자면 광교가 숭례문, 수표교가 흥인지문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이를 잇는 개천의 석축을 완전히 무시하고 복원이 이뤄졌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 위원은 "청계천 복원 당시 발굴됐으나 현재 중랑구 하수처리장에 보관 중인 석물과 하천 바닥에서 발굴된 상석(준설 기준점을 알려주는 돌) 등을 잇는 복원 구간을 조성하는 작업이 우선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수표교 등이 제자리를 되찾게 된다면 600년 역사를 지닌 청계천의 옛 모습을 재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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