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29일 세종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간 '중원 쟁투' 열기로 달아올랐다. 세종시는 이번 총선에서 첫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데다 '특별자치시'라는 상징성이 더해져 시민들은 충청권의 새로운 '정치 1번지'라는 자긍심을 갖고 이번 선거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새누리당 신진, 민주당 이해찬, 선진당 심대평 후보는 이 같은 독특한 지역 정서 속에 소속 정당의 자존심을 걸고 표밭을 누비고 있다.
오전8시30분 조치원읍 신흥사거리. 새누리당 신진 후보는 빨간색 점퍼 차림으로 1시간째 출근길 운전자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있었다. 정치 신인인 신 후보에게 '거물급 인사들과의 대결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으니 "열심히 인사하는 방법밖에 없어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 간다"는 답이 돌아왔다.
신 후보는 이어 5일장이 선 조치원시장으로 향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점에서 그는 시장 골목 등을 누비며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데 힘을 기울였다.
시민들은 신 후보의 인사에 다소 낯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새겨진 명함을 본 뒤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례했다.
신 후보는 "한 분이라도 더 인사를 나눠야 한다"며 점심도 거르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그는 "중앙 정치인인 야당 후보들은 선거가 끝나면 서울로 돌아갈 것"이라며 "시민들은 지역 일꾼이자 참신한 정치인인 저를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지역 일꾼론'을 앞세웠다.
민주당 이해찬 후보는 오전6시 노란색 점퍼를 입고 연기군민체육관 일대를 찾았다. 새벽 운동에 나선 시민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뒤 죽림오거리로 이동했다. 그의 유세차량에선 인기가요 '찬찬찬'을 "세종시를 키운 이해찬찬찬"으로 개사한 선거 유세송이 흘러나왔다. 이 후보가 참여정부 시절 세종시를 기획한 총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후보는 이날 조치원시장 입구에서 가진 유세에서 "세종시를 미국 워싱턴에 버금가는 명품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완성시키려는 역사적 책임감으로 출마했다"며 "총선에서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만들고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그는 세종시와 충청권의 판세 전망에 대해 "저의 세종시 출마가 충청권의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 효과를 가져왔다"며 "충청권에서 민주당이 과반의석(13석)을 가진 1당이 된다면 원내 1당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충청권 후보 지원유세에도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선진당 심대평 후보는 이날 공주 금학동 충렬탑 참배를 마치고 곧바로 조치원시장으로 향했다. 심 후보는 파란색 점퍼차림으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가 악수를 하며 명함을 건네려 하자, 시민들은 "잘 알고 있으니 명함 안 주셔도 되유"라고 제법 친근한 반응을 보였다. 민선 충남지사를 3번 연임한 데다 자신의 18대 총선 지역구인 연기군이 세종시에 편입돼 있어서인지 주민들 사이에서 인지도는 높은 편이었다.
심 후보는 유세에서 "도지사와 국회의원으로서 세종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세종시를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후보의 경쟁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신 후보는 인지도가 낮아 득표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 후보도 이 지역에 실질적으로 한 일이 없기 때문에 표심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선진당 대표인 심 후보는 이날 세종시 유세에 이어 대전으로 이동, 이회창 전 대표 및 대전지역 자당 후보들과 합동 유세를 가졌다. 텃밭인 충청권 사수를 위해서 당 대표 자격으로 지원에 나선 것이다.
시민들은 후보들의 유세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서 간간히 후보들과 악수하거나 포옹하기도 했지만 정작 판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뚜렷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특유의 반응을 보였다.
'누가 유리하냐'는 질문에 택시기사 김모(45)씨는 "어르신들은 박근혜를 지지하기에 새누리당 편이고, 젊은층은 이해찬을 지지하잖여"라면서 "하지만 이번에 '멍청도'란 소리를 안 들으려면 심대평을 찍어야 한다는 사람도 여전히 많어"라고 역시 어중간하게 말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 후보와 심 후보가 신 후보에 비해 조금 앞서는 양상아니냐'고 하자, 정모(63)씨는 "박근혜가 지원에 나서면 새누리당 바람도 불 수 있을겨"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답이 돌아왔다.
이들 세 후보 외에도 이곳 선거구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희부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과 박재성 고진천 후보 등이 지역 표심 잡기에 나선 상태다.
세종=김회경기자 hermes@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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