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살아 계셨다면 굉장히 기뻐하셨을 일이에요. 청계천을 다시 복원 하기로 한 건 아주 잘한 결정입니다."
소설가 고 박경리 선생은 청계천 복원을 누구보다 앞서 주장했다. 그러나 2005년 9월 완공된 청계천이 인공구조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데 대해 좌절했다. 그는 당시 한 언론에 쓴 기고문에서 "지금의 형편을 바라보면서 미력이나마 보태게 된 내 처지가 한탄스럽다. 발등을 찧고 싶을 만치 후회와 분노를 느낀다. 차라리 그냥 놔두었더라면 훗날 슬기로운 인물이 나타나 청계천을 명실 공히 복원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라고 그 분노를 드러냈다.
그랬기에 박 선생의 외동딸로, 2004년 청계천 복원 역사ㆍ문화 분과 위원장을 역임한 김영주(사진) 토지문화 재단 이사장에게는 이번 청계천 복원작업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청계천을 지날 때 마다 마음이 무거웠다는 김 이사장은 29일 "당시 생태적ㆍ역사적 복원을 요구하는 우리의 의견을 몇몇 관료들이 무시했다"며 "그러나 결국 녹조 현상으로 청계천을 청소해야 하는 등 당시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 무척 속상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2004년 복원된 청계천의 문제점 중에서 첫 번째로 '역사의식의 결여'를 꼽았다. 그는 "수표교와 같이 500년 역사의 숨결을 보여줄 수 있는 유물들이 복원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며 "대신 흉물스러운 신형 다리들을 청계천 곳곳에 깔아 놓음으로써 역사의식 회복의 기회를 저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머니께서는 청계천이 서울 시민들에게 생명력 일종의 기라고나 할까 하는 것들을 주기를 원했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앞으로 시민 위원회가 복업작업에 생명과 문화를 최우선으로 삼아 복원작업을 펼칠 경우 청계천은 500년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하천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