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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잃은 동반성장위, 항로 안갯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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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잃은 동반성장위, 항로 안갯속으로

입력
2012.03.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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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29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선장 잃은 동반위의 행로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원래 힘없는 조직이었는데 정 위원장까지 하차함에 따라 더 이상 기댈 언덕이 없어졌고, 결국 동반성장정책 자체도 흐지부지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조직 내부에서조차 팽배해지고 있는 상태다.

정 위원장은 29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14차 동반성장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과 함께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과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지금 사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년 임기가 아직 9개월이나 남았음에도 불구, 대권행보를 위해 퇴진을 선택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예견된 사퇴였지만, 동반위는 막상 선장을 잃게 되자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동반위의 한 실무위원은 “아무 실질적 강제수단도 없는 동반위가 정부 도움 하나 없이 재벌들과 싸워올 수 있었던 건 주무부처인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과 설전을 벌이고 때론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쓴소리를 했던 정 위원장 개인의 역할 덕분이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렵게 추진해온 주요 정책들이 동력을 잃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동반위가 풀어야 할 과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1년 여 동안 준비해온 동반성장지수를 당장 내달 처음으로 발표해야 한다. 서비스 분야 적합업종도 상반기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인데,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 합의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낸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적합업종도 사후관리 시스템을 안착시켜야 한다. 이날 전체회의에선 중소기업 전문인력을 대기업이 빼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새로 만들었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과제들이 남아 있는데 정권 말에 선장도 없이 과연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동반위도 동반성장정책도 이제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시급한 건 새 선장을 영입하는 것. 대기업과 맞서고, 정부 내에서 목소리를 내려면 정 위원장에 버금가는 거물급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 위원장은 2~3명의 후보를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기구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시기에 생색도 나지 않는 이 자리를 선뜻 맡겠다고 나설 사람은 없어 보인다. 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은 곽수근 실무위원장은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임면권은 없지만 동반위 역할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직접 선정해줬으면 좋겠다”며 “(현안을 풀어가려면) 최소한 전직 장관급 이상의 중량감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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