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사회는 미디어시대를 맞아 소통과 정보공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국민적 책임의식, 미디어 세계의 질서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올바른 문화 정착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개념조차 잡지 못한 모습이다. 최근 들어선 표현의 자유, 빠른 소통 등 미디어공간의 무한한 자유를 대표해 온 인터넷마저 부정적 영향을 더해가고 있다.
특정인에 대한 '마녀사냥'은 보통이고 개인 '신상털기', 진실왜곡, 사건 부풀리기, 거짓정보에 이어 온갖 '패러디몰'까지 인터넷공간을 도배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가세하면서 그런 사회악적 요소들이 더욱 빨리 확산되는 분위기다.
근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국물녀', '채선당', '지하철 4호선 선빵녀'사건 동영상도 진위야 어떻든 누리꾼들은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대로, 그저 인터넷상에서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고 가해자 비난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또 피해자로 뒤 바뀌는 현상도 종종 일어난다. 문제는 일부 누리꾼들의 이런 행동이 당사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고, 그것이 미디어문화 발전에 또 다른 걸림돌이자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라는 점이다.
늘 지적되는 것이지만, 공동체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은 개인의 사회적 '책임의식'이다.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우리생활에 유익하게 정착되기 위해선 국민들의 절제된 사고와 질서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인터넷이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든 개인이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또 이것은 곧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 룰이기도 하다. 법이라는 것도, 통상적 사회규범도 바로 그런 원리에서 만들어진다.
이 세상 사람치고 입 달린 사람이라면 다 자기주장 정도는 할 줄 안다. 더욱이 요즘처럼 인터넷이나 SNS가 발달한 시대라면 개인적 주장이 더 강해지고, 그 횟수도 많아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문제가 있다면 '인민재판' 하듯 특정인의 인격에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안겨주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범죄는 단순히 살인이나 절도, 강도, 폭력, 상해 등의 직접적 범죄 외에 간접적 범죄도 큰 죄로 규정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처럼 익명성을 이용한 간접적 '인격살인'도 따지고 보면 직접적 위해를 끼친 것 못지않은 범죄가 된다.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을 이용해 '아니면 말고' 식으로 펼치는 주장이 개인적 범죄를 넘어 사회적 범죄로 분류되는 것도 바로 개인이 갖는 책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예부터 우리선조들이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고 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민족이 그만큼 자기주장이 강한 민족이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저 목소리만 크면 제일이고, 법을 지키는 사람이 되레 바보가 되는 사회풍토, 법과 질서를 우습게 여기는 국민의식으로는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미디어가 여론을 주도하는 시대다. 인터넷이나 SNS는 우리의 미래를 열어줄 또 하나의 사회질서이자, 가치규범이라는 것을 절대 망각해선 안 된다. 한 세기의 문화가 얼마나 가치 있고, 올바르게 정착되느냐는 바로 우리 국민들의 책임의식에 달렸다.
권혁철 선진화개혁추진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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