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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여사 선거혁명, 미얀마의 봄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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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여사 선거혁명, 미얀마의 봄 부를까

입력
2012.03.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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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가 내달 1일 '민주주의 실험'의 진정성을 평가 받는다. 이날 치러지는 하원 보궐선거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수치 여사가 22년 만에 참여하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 선거이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는 미얀마가 독재와 부패로 얼룩진 과거로 회귀할지, 아니면 자유롭고 공정한 민주국가로 도약할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4ㆍ1보선은 전국 45개 선거구에서 하원의원을 뽑는다. 19개 정당이 나섰지만 관심의 초점은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에 맞춰져 있다. NLD는 1990년 총선에서 압승하고도 군부가 선거를 무효화하는 바람에 제도 정치권 진입이 좌절됐다. NLD는 44개 선거구에 후보를 냈으며 수치 여사도 양곤의 빈민촌 카우무에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 판세는 NLD의 대승이 점쳐진다. AFP통신은 "수치가 최초로 합법적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갖게 됐다"며 NLD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했다. NLD 측은 35석 이상 당선을 자신하고 있다. BBC 현지 특파원은 "구름처럼 몰리는 인파와 뒤따르는 오토바이 행렬 때문에 수치의 유세 차량이 가다서다를 반복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유권자들은 수치를 '아미 수(어머니 수치)'라고 지칭하며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홍콩대의 미얀마 전문가인 르노 에그레토 교수는 "수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수천 ㎞의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선거에 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NLD가 승리하더라도 권력구도에 당장 지각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군부는 NLD가 보이콧한 2010년 총선에서 상ㆍ하원과 지방의회를 합쳐 전체 1,154석 중 883석을 차지했다. 총리를 비롯, 각료 22명이 전역해 만든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모체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수치의 정치권 진입 못지 않게 선거의 공정성을 주목하고 있다. 양곤에 파견된 한 서방 관리는 "공정 선거의 잣대에 투표, 유세, 비용 등 선거의 전반적 과정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재와 악재는 뒤섞여 나타나고 있다. NLD 측은 "선거인 명부에 사망자가 대거 올라 있고, USDP의 유권자 매수 시도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테인 세인 대통령이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으로 구성된 국제선거감시단을 초청한 점이나 지역 언론인에게 투표 참관을 허용한 것은 정부의 공정 선거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선거 패배가 세인 대통령에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세인의 민간 정부는 숨가쁜 개혁 행보를 이어왔다. ▦정치범 대거 사면 ▦언론 통제 완화 ▦소수민족 반군과 관계 계선 ▦노조 결성 및 파업 합법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29일엔 27년 간 유지한 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한다는 개혁안도 내놨다. 미얀마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외 투자와 제재 해제의 최대 걸림돌이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BBC는 "세인 대통령이 보선을 무난히 치러내면 그를 여전히 군부의 하수인이라고 생각하는 서방의 의구심을 떨쳐내고 경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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