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즉불통(通則不痛).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로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뜻이다. 조직과 집단, 나아가 프로야구 구단에도 갈등과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소통의 원리가 된다. 구단의 수장인 감독부터 갓 입단한 막내까지, 구성원 전체가 하나가 됐을 때 팀은 더욱 강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한 양승호(52) 감독은 늘 소통을 중시한다. 방식은 편하게 주고 받는 농담이다. "선수를 가르치는 것은 코칭스태프다. 감독은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게 끔 긴장을 풀어주면 된다"며 "선수가 감독을 기피하기 시작하면 그 팀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해도 소통의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격이 없이 지내고 있는 양 감독. 롯데의 덕아웃 분위기는 여전히 8개 구단 중 최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선수단 똘똘 뭉쳐야"
올해 롯데는 주포 이대호(30ㆍ오릭스)가 빠졌다. 2년 연속 수위 타자에 오른 유일한 오른손 타자이자, 타격 3관왕을 2차례나 차지한 최고의 4번 타자가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양 감독의 걱정은 늘어갈 수밖에 없다. 100타점 이상을 책임질 이대호의 공백은 누구도 메울 수 없고, 설상가상 왼손 에이스 장원준까지 군입대 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그러나 "올해도 선수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4번 타자 후보인 홍성흔은 베테랑이다.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며 "이대호를 대신해 1루수로 나서는 박종윤과 지난해 부진했던 조성환 등이 좋은 활약을 보일 것이다.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선수단 전체가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동력과 수비력을 강조했다. 롯데는 지난해 실책(106개) 1위, 팀 도루(112개) 5위였다. 양 감독은 "실책을 줄이기 위해 전지훈련에서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지금은 야수들의 수비력이 상당히 안정됐다"며 "지난해 손아섭이 발목 부상 탓에 많은 도루를 하지 못했다. 올해는 김주찬 조성환 손아섭 전준우 등 빠른 타자들에게 뛰는 야구를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상 선수 속출, 제 3의 옵션까지 고려해 놨다."
현재 롯데의 모습은 1년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지난해 4월 롯데는 7승2무14패로 7위까지 쳐졌다. 베테랑들이 부진했고 이재곤, 김수완 등 젊은 5선발 후보들이 난타를 당했다. 당연히 양 감독은 100% 전력을 가동할 수 없었다. 부산 팬들의 비난 아닌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이번엔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어 모든 전력을 가동할 수 없다.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정대현은 무릎 수술로 후반기에나 복귀할 수 있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손아섭은 개막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양 감독은 여유를 잃지 않고 있다. 차선책뿐만 아니라 제 3의 옵션까지 고려해 놨다. 그는 "작년 초반 부진은 내 책임도 크다. 두 번째 카드가 통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올해는 많은 옵션을 염두에 두고 시즌을 준비 중이다. 선수들 역시 치열한 경쟁 의식으로 눈빛부터 달라져 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또 "4월 한 달간이 중요하다. 고질적인 4월 징크스를 벗어난다면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며 "베테랑의 노련미와 신예들의 젊은 패기를 믿는다"고 웃었다.
"지난해 2위 팀, 3위 밑으로 떨어질 순 없다."
양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오른손 투수 송승준과 내기를 했다. "승준이가 20승을 하면 서울에 아파트를 사 주겠다"고 만천하에 공개했다. 이후 깜짝 내기가 이슈화 되자 "단순한 농담"이라고 손사래를 저었지만 "토종 에이스가 버팀목이 되면 팀 마운드를 운영하는 데 아무래도 편하다"는 건 감독으로서 당연한 마음이다.
이런 당근책으로 지난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양 감독은 고원준과 손아섭에게 각각 명품 구두와 고급 손목시계 내기를 걸었고, 두 선수가 목표를 달성하자 흔쾌히 약속했던 선물을 줬다.
양 감독은 "선수들이 잘한다면 돈은 아깝지 않다.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며 "지난해 정규시즌 2위 팀이 3위 밑으로 떨어질 수는 없다. 당연히 올해 목표는 지난해 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감독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를 줄 수 있는 시즌이었다"며 "선수들의 부상이 가장 중요하다. 야구는 어차피 선수들이 하는 경기고 나는 끊임없이 소통하는 사람"이라고 다시 한 번 자신을 낮췄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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