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보육정책 대상을 언급할 때 영아, 유아를 묶어 영ㆍ유아로 언급하곤 한다. 정부가 보육지원을 확대하면서도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이유는 이처럼 영아와 유아를 같이 취급한 제도 때문일 것이다.
일단 올해 보육정책을 살펴보면, 가장 큰 변화는 5세 누리과정과 0~2세 무상보육 실시다. 5세 누리과정은 1997년부터 추진해 온 초등학교 입학 전 1년간 무상 보육ㆍ교육정책으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전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있고, 최근 들어 그 연령도 입학 전 1년에서 2, 3년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국내 누리과정의 3, 4세 확대 계획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영아에 대한 정책은 유아와는 달라야 한다. 발달특성상 2세 이하의 영아는 3세 이상 유아와 차이를 보인다. 이 시기에는 어머니를 비롯해 돌봐주는 성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애착과 신뢰를 형성하며 이후의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
여성취업률이 70%를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러 국가들에서는 영아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머니가 자녀를 직접 기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정책을 강화해 왔다. 노르웨이나 핀란드에서는 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자녀를 직접 기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공공보육서비스를 대체해 양육수당을 지급한다. 이들 국가의 0세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2~3%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만1세 미만 아동도 30%가 어린이집에 다닌다. 올해부터 0~2세 보육료를 전계층에 지원하면서 모든 소득계층의 가정들이 대거 어린이집을 이용하겠다고 신청하고 있다. '무상'이라는 용어가 어린이집 이용 욕구를 증폭시킨 것이다.
어머니의 사회 활동 양상이나 가족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자녀들의 어린이집 이용 요구는 다양하다. 육아휴직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의 상황에서 취업모는 조부모 등 가족의 지원이 없으면 자녀를 어려서부터 종일제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 출퇴근 시간을 감안한다면 12시간 종일제가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서 그 이상의 보육서비스도 필요하다. 일하지 않는 부모의 경우에는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고 직접 돌보려 하거나 하루 중 일정시간만 보육서비스 이용을 희망한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종일제(12시간) 보육서비스 비용 지원에 국한된 정책으로 보육 욕구에 대응하면서, 부모와 아동의 다양한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차상위계층 이하의 저소득층 아동에게는 보육서비스 대체재로서 양육수당을 지원하고는 있으나 그 대상과 금액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처럼 보육정책이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해 비정상적으로 어린이집을 과용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야 비용이 지원되므로 부모들은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원하는 보육료가 12시간 보육료이므로 자녀를 일찍 데려오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심지어는 야간보육서비스도 무료이므로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종일제 비용을 지원 받으면서 일주일에 2~3일 또는 반나절만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 모두 국가 재정 낭비 요인이고 부모의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모든 아동에게 보육서비스 이용을 허용하되 요구의 다양성을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종일제 취업모에게는 12시간 종일제 보육이나 야간보육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한편, 전업주부나 짧은 시간 보육을 희망하는 부모를 위해서는 단시간 보육, 일시보육도 이용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 어린이집 미 이용자에게 지원하는 양육수당을 확대해 불필요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따라서 양육수당의 대상은 보육료 지원 대상과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보육서비스 대체제인 양육수당은 2세 이하의 영아를 위한 정책으로 머물러야 할 것이다.
올해 보육예산 규모는 지방비를 제외하고 국고 지원만 3조원을 넘어섰고, 2013년에는 영ㆍ유아 보육ㆍ교육 재정 규모가 유럽연합(EU)이 권장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 우리나라의 보육정책이 나가야 할 바람직한 지향점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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