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 총괄부사장은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기아차 브랜드관'기아씨네마'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 '기아차 디자인 경영 2.0' 시대의 개막을 알린다"며 이같이 선언했다.
그는 5월 출시 예정인 대형 럭셔리 세단 'K9'이 새 디자인 적용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K9에 대해 슈라이어 부사장은 "기아차의 첫 후륜 구동(뒷바퀴 돌림)차라는 특징을 살려 차의 앞 부분의 길이를 넓히고 트렁크 등 뒷부분은 확 줄이는 등 과거와 다른 '비례'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보통 세단을 만들 때 3번 도장(색을 덧칠하는 작업)을 하는 반면 K9는 중후함과 고급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4번 색을 입혔다고도 했다.
독일 아우디, 폴크스바겐의 디자인 책임자로 일하다 2006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당시 기아차 사장)의 삼고초려로 기아차 식구가 된 그는 괄목상대한 기아차 디자인의 비결에 대해 '자유'를 꼽았다. "이전 (독일) 회사들은 정해져 있는 게 많았고, 시스템도 경직됐는데, 기아차에서는 하얀 도화지에 무엇이든 도전해 볼 수 있을 만큼 많은 자유를 얻었고, 때문에 기아차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는 등 짧은 시간에 큰 변화를 이뤄냈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던 그가 기아차를 택했을 때 자동차 업계는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달았다. 하지만 기아차는 슈라이어 주도로 2007년 '디자인 경영'을 선포하고, '호랑이 코'를 닮은 그릴이 상징하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내세웠다. 그 결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고, 판매 점유율도 올랐다. 그는 지난해 미 유력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와 영국 BBC 탑기어로부터 '올해의 디자이너'와 '올해의 인물'로 잇따라 뽑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초 제네바 모터쇼에서 슈라이어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당신의 디자인이 너무 훌륭해 반응이 좋다"며 여러 차례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기아차 엠블렘이 구식이라는 지적에 대해 독일인 특유의 표정으로 정색을 하며 반박했다. 그는 "기아(KIA)는 어느 나라 말로 읽어도 어감도 좋고 부르기 쉬운 멋진 이름"이라며 "난 이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한 임원은 "기아차 사람이 다 됐다는 느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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