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출범 이래 15개월 여 동반성장위원회를 이끌어 온 정운찬 위원장이 어제 사퇴했다. 그는 "더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과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라고 사퇴 이유를 들었다. 또 "대기업과 정부가 사회적 상생을 위해 어떤 것도 하려 하지 않는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가 꽤 오래 거취를 고민한 흔적이 있는 데다 총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이어서 연말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수순 밟기로 비칠 만하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겪었던 좌절을 떠올리면, 정부의 동반성장 의지가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에 먼저 눈길이 간다. 정부의 의지를 후퇴시키고, 결과적으로 그를 밀어낼 만큼 더욱 강력해진 대기업의 영향력도 관심과 우려를 일깨운다.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그는 여러 차례 대기업과 갈등을 겪었다. 대표적 실례가 '초과이익공유제' 구상을 둘러싼 대립이었다. 대기업이 예상을 웃도는 초과이익을 거두면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게 하자는 제안은 대기업의 즉각적이고도 공개적인 반발을 불렀다. 또한 최중경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 "혁명적 발상"이라고 사실상 대기업 편에 서는 등 정부의 엄호사격도 없었다. 그 결과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으로 얻어진 이익을 사전 협약에 따라 공유하자는, 기존의 성과공유제와 대동소이한 '협력이익배분제'로 크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가 "15조원의 시장을 중소기업에 돌려주었다"고 자랑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도 예정된 회의에 불참하는 등 대기업의 노골적 반대를 겪어야 했다. 게다가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예산 지원 등을 요청했다가 일축을 당했다니, 한계와 무력감을 느끼고도 남았을 성싶다.
이런 경과로 보아 대기업과 정부를 비난하며 자세 변화를 요구한 그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정부는 대기업에 떠밀려 부당한 시장 지배력을 방치하지 않았는지, 대기업은 거대이익에 협력 중소기업의 고통이 들어 있지 않은지 각각 되돌아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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