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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오바마의 한반도 통일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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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오바마의 한반도 통일 비전

입력
2012.03.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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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 한국외국어대 강연에서 700여명의 학생들 앞에게 한반도 통일 비전을 제시했다.

"모든 국민이 염원하는 그날이 쉽게, 커다란 희생 없이 오지는 않겠지만 분명 올 것입니다. 한 때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던 변화, 검문소가 열리고 감시탑은 비게 될 것이며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족들이 재결합하게 될 것입니다. 마침내 한국은 하나가 되고 자유롭게 될 것입니다."

1952년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이후 방한한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감성을 자극하는 한반도 통일 비전을 제시한 일은 없었다. 분단 70년을 바라보면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갈수록 옅어지는 이 시점에 젊은 층을 대상으로 연설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통일론은 가슴뭉클하기까지 했다. 남북 긴장 상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다 보니 우리의 역대 대통령도 이처럼 확실한 어조로 통일 비전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앞서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고, 감상적인 통일 비전을 제시했던 것을 단순한 립서비스로 받아들이기에는 왠지 꺼림직하다. 무엇보다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권력 재편 과정을 겪고 있는 북쪽 사정을 감안하면 통일에 대한 언급의 무게감이 달라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번 강연에서 한반도 통일문제에 앞서 "국경을 마주보고 전쟁에 대비, 군대들이 밀집해 있는 상황에서 수십 년 동안 다른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웠다"며 느닷없이 도래했던 독일 통일 과정을 먼저 언급했다. 이런 맥락 때문인지 한반도 운명을 좌우하게 될 그 역사적인 날에 과연 우리는 어디에 있을지 상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알고있다시피 근ㆍ현대사에서, 어쩌면 병자호란 이후 우리의 힘으로 한반도 운명을 좌우해본 적이 없다. 중국의 군사적, 외교적 우산 아래서 조선은 200년 이상 태평성대를 누리다 일본에 강제합병을 당했다. 고종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청나라 대신 세계의 강자로 부상하던 미국의 힘에 의탁했던 것과 달리 강제합병 배후에는 미국, 일본의 밀약이 있었다. 러ㆍ일 전쟁에 앞서 러시아와 일본이 논의했던 한반도 38도선 분할 통치는 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소련의 합의로 이루어졌고 6ㆍ25 한국전쟁의 불씨가 됐다.

이런 상황이 달라졌는가. 여전히 한반도는 우리보다 훨씬 강한 경제ㆍ군사력을 가진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4대 강국의 국익과 안보 이해가 교차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나라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뿐이다. 내적으로도 통일에 대한 말만 같을 뿐 방법론이나 그 의지는 판이하다. 하기야 중요한 국가 정책도 내부적으로 사사건건 부딪치고 요란한 소리가 나는 판이니 운명의 날에 우리 내부 입장이 어떻게 갈라지고 찢어질지 예측을 불허한다.

구한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리의 역량이 커졌지만 4강의 힘에 압도되지 않을 만큼 강력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동북아 균형자론'을 꺼냈다가 곧바로 꼬리를 내리지 않았던가.

한반도 주변 4강이 개입된 한국현대사를 기록한 <두 개의 한국> 의 저자로 워싱턴포스트 기자를 지낸 돈 오버도퍼는 이 책 후기에 "한반도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 있다면 바로 지정학적 위치"라면서 "앞으로 한반도에서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 깜작 놀라게 할지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외대 강연 말미에서 "어떤 시련과 시험이 있더라도 한국과 미국이 결속하고 함께 행동하고 함께 가자"고 했다. 이는 우리의 힘과 의지가 뒷받침이 될 때 한반도 통일에서도 가능한 얘기다. 한반도 운명을 둘러싼 배신의 역사로 보자면 그렇다.

정진황 사회부 차장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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