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한 해 27조원에 달할 정도로 극성을 부리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들에게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주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탓에 공정위는 향후 일감 몰아주기 추이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날 공정위가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거래 상대방 선정에 관한 모범기준'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광고, 시스템통합(SI), 물류, 건설 등 일감 몰아주기가 집중된 분야에 경쟁입찰을 확대하고 ▦만찬행사, 조경공사, 물품 운송 등 중소기업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적합한 분야를 적극 발굴해 직접 발주를 늘리라는 것이다. 또한 이를 감시할 내부거래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위원회는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되, 사외이사를 3분의 2 이상 포함시키도록 했다.
적용 대상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55개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공사 등 국가계약법에 의해 경쟁입찰을 하도록 규정된 공기업집단을 뺀 47개 민간기업집단이다. 공정위는 이들에 대해서는 준비 기간을 고려, 7월 1일부터 모범기준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공정위는 특히 10대 그룹 경영진과는 직접 만나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1월 16일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에 이어 이날 이인원 롯데 부회장, 최원길 현대미포조선 사장(현대중공업), 서경석 GS 부회장, 서용원 대한항공 수석부사장(한진), 신은철 한화 부회장, 이재경 두산 부회장 등 6개 그룹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위원장은 "10대 그룹 대표들이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개선하자는데 공감을 표하고, 다른 그룹에 앞서 4월부터 모범기준을 시행키로 했다"면서 "대기업들의 변화를 중소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공정위도 이행실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4월부터 50억원 이상 내부거래는 경쟁입찰인지 수의계약인지 공시해야 하는 만큼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 의한 사회적 감시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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