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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봄에 우리 모두 입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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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봄에 우리 모두 입조심

입력
2012.03.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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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윗세대 분들도 많이 계시니 나이 타령하면 욕먹겠으나 각오하고 말하건대, 요즘 내가 부쩍 늙었음을 느끼곤 한다. 외모가 아니라 실로 마음이 그렇다는 얘기다. 찬바람 숭숭 맞아가면서도 가끔 창문 열어젖히고 뭘 그렇게 기다리나 들여다보면 간단케도 봄이더란 말이다.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머리가 하얗게 세고 허리가 둥글게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 옆에 두고 몇 시간이고 놀이터 벤치에 앉아 볕을 쬘 때 그 느림, 그 침묵이야말로 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온전한 자세임을. 그리하여 봄이랍시고 앞머리나 파마할 겸 해서 단골 미용실에 들렀다. 로트 몇 가닥 말기 시작했는데 불현듯, 서너 명의 여자들이 미용실로 들이닥쳤다.

저마다 하이힐 굽 찍어대는 소리에 껌 씹어대는 소리에 왁자지껄 웃음소리 뒤섞인 것까지는 참을 만했는데 의자에 앉자마자 줄줄이 뱉어대는 얘기가 글쎄, 연예인들 까대는 소리이지 뭔가. 이름 뒤에 '씨' 안 붙이는 거야 이해한다, 붙이면 욕이 되기 힘들 테니까. 출연작에서의 미흡한 활약상에 대한 지적은 그래, 비판도 애정에서 비롯되는 거니까.

그녀들의 입을 통한 이런저런 연예인들의 사생활 캐기가 끝날 무렵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결심했거늘, 친구를 만나자마자 안부도 묻기 전에 호들갑스럽게 건넨 말이 있었으니 그 연예인 스폰서 있다며? 가 왜 불쑥 튀어 나왔을까. 봄맞이 꽃단장 하면 뭘 하나. 입이 더러운 것을.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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