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보기 드문 '여(女)_여(女)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경기 광명을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광명시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3선의 전재희 의원이 수성에 나섰고 민주통합당은 대기업 임원 출신인 이언주 변호사를 영입해 전략 공천 했다. 각각 여성 최초 관선•민선 자치단체장과 30대 기업 최연소 임원의 기록을 갖고 있는 두 여성 후보의 충돌이다.
28일 오전10시 하안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 전재희 후보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광명에서만 3선을 하다 보니 주민들이 익숙한 표정으로 전 후보를 맞는다.
전 후보는 유권자를 만날 때 한 표 한 표를 확실히 다지는 전략을 쓴다고 한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절대 다가가지 않고 서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하는 식이다.
전 후보에게 '정권 심판론이 부담스럽지 않냐'고 물었더니 "부도덕한 몇몇 때문에 새누리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더라도 전재희는 안 그럴 사람이란 인식이 뚜렷하다"며 "주민들은 새누리당과 전재희를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이 후보가 여기 온지 한 달도 안 된다. 평소 광명에 뜻을 둔 후보가 아니지 않느냐"며 "민주당이 지역민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타지 출신인 점을 꼬집었다.
경제민주화 이슈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그게 야당의 전유물은 아니다. 경제민주화는 제가 더 잘 알걸요?"라며 "저는 항상 서민의 입장에서 공직 생활과 정치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B정부가 보육정책을 더 확대했고 내가 정강정책 자문을 했다"면서 "19대 국회가 열리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조절 해 무상보육 실현과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후보로부터 받은 느낌은 사뭇 달랐다. 푸근한 인상에 경륜이 묻어나는 전 후보와 달리 철산3동 아파트촌에서 만난 이 후보는 자신감 넘쳐 보이는 커리어 우먼의 느낌이 전달됐다.
그는 '광명의 새바람'이란 구호처럼 짧은 헤어컷에 스포티한 차림으로 상가를 누볐다. 누구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상인들에게도 씩씩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 후보는 "인지도가 약해 걱정했지만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지도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어떻게 이 지역 출마를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가 먼저 MB정부 아바타, 친이계 거목과 맞붙고 싶다고 당에 요구했다"며 "와서 보니 다른 위성도시 보다 문화시설이 부족하고 전 후보가 3선 의원과 민선∙관선 광명시장을 지낸 18년 장기 집권에 대한 주민 불만도 많다"고 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특히 "여당 중진으로 4대강 이슈와 종합편성채널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등 각종 국회 표결에 다 참여해놓고 인물론으로 비켜가려는 건 전형적인 꼼수"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 당명과 색깔을 바꾸고 달라졌다고 주장하는 건 젊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짜증나는 일"이라고도 했다.
'인지도가 낮은 점이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선거기간 내내 바닥을 샅샅이 훑으며 나 자신을 알릴 계획"이라며 "민간기업에서 기업혁신이나 준법 경영을 담당했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하안동에 사는 주부 손모(52)씨는 "전 후보가 시장일 때 안양천이 정비돼 매년 나던 물난리가 싹 사라졌다"고 말했고, 김복자(51)씨도 "사소한 것까지 챙기면서 민원으로 찾아가도 잘 만나주는 전 후보가 좋다"고 여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철산동에서 만난 정모(77)씨는 "다른 도시는 앞서가는데 광명시가 나아진 게 뭐가 있냐"고 말했고, 30대 성모씨도 "이 주변에 최근 6,000세대가 넘게 입주하는 바람에 어린이집이 부족해 난리인데 전 후보는 중앙 정치에 바쁘니 지역민을 위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야당 편에 섰다.
선거 초반 판세는 전 후보가 조금 앞선 가운데 이 후보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지난 7일 경인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전 후보(41.8%)가 이 후보(23.0%)에게 18.8%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11일 국민일보 조사에서도 전 후보가(40.3%)가 이 후보(35.7%)에게 조금 우위를 보였다.
두 명의 여성 후보 외에 도의원에 민선4기 광명시장을 지낸 무소속 이효선(57) 후보도 득표전에 한창 나서고 있다.
광명=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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