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스마트폰은 어디까지나 휴대폰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화면이 커지면 정보검색과 동영상 이용이 편리해지겠지만, 가장 중요한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아이폰 시리즈가 다른 스마트폰 보다 작은 3.5인치 화면으로 계속 출시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천하의 잡스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틀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를 통해 4인치 스마트폰 시대를 연 데 이어, 5.3인치 화면의 갤럭시 노트까지 돌풍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8일 갤럭시 노트가 출시(2011년10월) 5개월 만에 500만대의 누적 판매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한 달에 100만대, 하루 평균 1만5,000대씩 팔려 나간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역대로 출시한 모든 휴대폰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판매속도다.
사실 갤럭시 노트는 처음부터 '모험'이란 평가를 들었다. 4인치대의 스마트폰과 7인치의 태블릿PC가 이미 자리잡은 상태에서 과연 5.3인치 짜리가 설 땅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좋게 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장점을 결합한 상품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스마트폰도 아니고 태블릿PC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기기란 평가가 나올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갤럭시 노트의 출발은 2009년말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뇌부에선 '지금까지 세상엔 없던 완전히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개발하라'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단순히 기능만 개선된 스마트폰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라는 주문이었다.
무선사업부 연구원들은 우선 전 세계 1만 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휴대성을 갖추면서도 ▦인터넷 검색과 게임, 문서작업 등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이 가능한 PC수준의 스마트폰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검색과 멀티미디어 이용을 편하게 하려면 일단 화면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대신 휴대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함을 없애려면 두께(9.65㎜)와 무게(178g)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만큼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두꺼운 손가락으론 원활한 멀티태스킹을 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전자펜 기능을 추가했다.
결과는 대성공. 삼성전자는 갤럭시S2가 나온 지 오랜 기간이 흘렀음에도, 갤럭시 노트 판매호조에 힘입어 지난 달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67%까지 끌어올렸고 중국 프랑스 스페인 등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노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어중간하게 결합해 놓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바일 기기의 카테고리를 만든 것"이라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주는 갤럭시노트는 피처폰(일반폰)과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이은 신개념의 스마트 기기"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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