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DMZ 대성동 마을이 우울하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DMZ 대성동 마을이 우울하다

입력
2012.03.28 17:34
0 0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7월 말.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경기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대성동은 농지의 약 3분의 2가 물에 잠겼다. 마을 자체가 저지대에 있고 배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피해가 컸다. 이전에도 수 차례 홍수를 겪은 주민들은 경기도와 파주시, 군사정전위원회 등에 홍수방지를 위한 배수펌프장 설치를 줄기차게 요청해왔다. 하지만 올해도 달라진 것은 없어 주민들은 또 하늘만 쳐다봐야 할 처지이다.

군사분계선에서 400m 떨어진 대성동은 '자유의 마을'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DMZ를 찾는 각국 주요 인사들까지 관심을 가질 만큼 대성동은 안보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은 배수펌프장 설치와 노후주택 수리 등 기본적인 주거문제 해소를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여름철 홍수 방지를 위해 배수펌프장 설치가 시급한데 200억원대 사업비 마련은 쉽지가 않다. 더 큰 문제는 군이 펌프장 설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2층 건물 규모의 펌프장이 들어서면 시야가 가려 작전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주민 김모(74)씨는 "지난해 농사를 망쳤는데 올 여름 또 한번 폭우가 내릴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대성동의 골칫거리는 농지 침수만이 아니다. 이곳 마을은 1980년 현대건설이 99㎡ 규모의 새마을주택 50채를 공급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정부는 북한의 선전마을 기정동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마을을 조성했다. 당시 고향이 대성동인 사람들과 군 출신 인사들을 제한적으로 선정해 이곳에 입주시켰고, 현재 47가구 200여 명이 벼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주택 천장에선 비가 새고 단열이 안돼 겨울철에는 생활이 어려울 지경이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리모델링 할 수도 없다. 주민들은 주택소유권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은 지난 겨울 보일러 기름값으로만 한 달에 50만원 넘게 지출했다. 난방비가 부담스럽자 일부 주민들은 나무를 때기도 했다. 김동구 이장은 "개성공단이 들어서면서 북한은 기정동 주택 지붕을 바꾸는 등 주택개선사업에 진력하는데 우리는 나무를 때니 이래서야 선전마을의 효과가 있겠느냐"고 하소연 했다. 김광선 도의원도 "배수펌프장은 10년 전부터 건의해왔는데 아직도 개선이 안되고 있다"며 "대성동은 북한과 가장 근접해 있으면서 대치하고 있는 특수지역이란 점을 감안해 도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는 주민들의 원성이 높자 다각도로 지원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파주시가 실시한 타당성조사 결과, 200억원 대의 배수펌프장 설치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 났다. 또 주민 소유가 아닌 주택 개ㆍ보수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 역시 법적 근거가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홍수 방지를 위해 배수펌프장 대신 사업비가 10분의 1 수준인 간이펌프장 설치를 검토 중"이라며 "주택 수리에 대해서도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