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가 지나면 강남대로에는 담배 피우는 사람들로 북적 거린다. 아무리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도 소용이 없다. "
28일 저녁 7시30분 화려한 네온사인이 넘실거리는 서울 강남대로변. 서울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만남의 장'이란 명성에 걸맞게 자유 분방함과 활기찬 거리분위기에 압도된다. 거리 한 켠에는 담배를 입에 문 젊은이들이 대화를 나눠가며, 아무런 주저함 없이 연기를 뿜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는 강남역 9번 출구부터 신논현역 6번 출구에 이르는 강남대로 구간을 '보행 중 금연거리'로 지정했다. 강남구 역시 지역 간 형평성을 위해 건너편 구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금연거리'지정 한 달 반이 지난 28일 밤 강남대로 변은 '금연거리'가 아닌 '흡연 해방구'를 방불케 했다.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최모(30)씨는"낮 시간에는 구청직원들이 금연을 계도하러 돌아다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좀 덜하지만,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 시간대에는 버젓이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아 가게 안으로까지 담배연기가 들어올 정도"라고 푸념했다. 10년째 애연가라는 회사원 김모(28)씨는 '금연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아직 과태료를 안 내니 상관 없지 않느냐"며 "금연구역을 지정했으면 흡연구역도 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강남구는 4월1일부터 강남대로 일대와 대모산 등 강남구 내 공원 106개소 및 강남구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6월1일부터 강남대로 흡연을 적발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28일 발표했다. 서초구 역시 강남대로 흡연에 대해 6월1일부터 과태료 부과를 이미 결정한 상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홍보부족에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흡연자들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강남대로변은 금연구역이지만 바로 길 모퉁이를 돌아 테헤란로는 흡연규제가 없는 흡연천국이다. 테헤란로의 한 금연빌딩에서 근무하는 흡연자들은 건물 밖으로 나와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비 오는 날이면 비를 덜 맞기 위해 건물에 바짝 붙어 담배를 피우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회사원 공모(40)씨는 "간접흡연을 막기 위한 금연구역 지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흡연자들의 공간도 만들어줘야 한다"며 "사무실이 금연구역 내에 있지 않아 거리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투덜댔다. 비흡연자인 배모(28)씨는"서울시가 직접 나서 전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흡연자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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