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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삼키는 차이나 머니

입력
2012.03.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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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설립된 한 중국 부동산 투자회사는 최근 제주 서귀포시의 마을 공동목장(55만㎡)을 매입했다. 이 회사는 총 2,000억원을 들여 빌라형 콘도와 호텔 등 리조트를 짓고 중국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또 다른 중국 부동산 투자회사는 국내 중견 건설사와 함께 제주시 한림읍 일대 부지 100만㎡를 사들였다. 이 회사 역시 대형 호텔과 온천 등을 포함한 리조트 단지를 지어 중국인에게 분양할 예정이다. 앞서 작년 말에는 중국인들이 대거 투자한 복합리조트단지가 한림읍에 들어섰다. 전체 934가구 가운데 187가구(총 분양가 1,010억원)가 외국인에게 분양됐는데, 대부분 제주도 거주자격을 얻으려는 중국인이었다.

차이나머니가 제주도를 삼키고 있다. 2010년 2월부터 제주도에 50만달러 이상 투자해 휴양체류시설을 매입한 외국인과 가족에게 영주권(거주자격 취득 후 5년 이상 체류해야)을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인들의 제주도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28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0년 4분기 4만9,184㎡에 그쳤던 중국인들의 제주도 토지 보유 면적은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 ▦2011년 1분기 13만1,693㎡ ▦2분기 14만8,078㎡ ▦3분기 76만1,095㎡ ▦4분기 143만6,320㎡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새 중국인들이 사들인 제주도 땅이 서울 여의도공원 면적(22만9,000㎡)의 6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의 제주도 토지 보유 면적은 1,181만2,566㎡에서 1,338만8,244㎡로 13%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인들의 제주도 토지 보유 면적은 1,176만3,382㎡에서 1,195만1,924㎡로 불과 1.6% 늘었다.

중국인들의 투자 대상은 주로 골프장과 리조트, 고급빌라 분양사업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시행하면서 중국인 부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적법한 투자 외에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불법 투자까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제주시 해안동에서 유원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국내 개발업체 M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난으로 공사 진행이 여의치 않자,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던 중국 법인에 사업권을 넘겼다. PF 채권단이 관리하던 개발사업 부지를 중국 법인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중국 법인이 무자격 등록업체로 드러나면서 사업 추진이 다시 벽에 부딪혔다.

이 회사는 외국인 투자기업 등록을 하지 않은데다 계약금도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돈으로 드러났다. 결국 M사는 문제의 중국 법인을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로 형사고발 하는 한편, 매매계약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기로 했다. M사 이모 대표는 "제주도 부동산 투자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인들이 만든 부적격 투자법인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개발업체 관계자도 "최근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중국 투자법인이 대거 제주도에 진출하면서 현지 공안도 이들의 투자 실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제주대 교수회가 주최한 '중국 워크숍'에서도 "중국인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주도에 투자하고 자산을 취득한 사례가 아직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등록 절차를 마친 중국계 부동산 투자법인은 10여곳에 불과하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중국 외국환관리법이나 해외투자 관련 규정상 개인이나 법인이 제주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외화를 직접 송금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문가들은 상당수 제주 부동산이 금융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자금에 매각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외국인 투자유치도 중요하지만 부적격 투자자들을 솎아내고 적법 자금인지 여부를 세밀히 들여다보는 등 당국의 감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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