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매매 여성들이 놓인 상황을 정확하게 알진 못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왜 몸을 파는지 그 이유부터 면밀히 살피는 게 급선무란 점은 명확합니다."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카페에서 만난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인권운동가 소말리 맘(41ㆍ사진)씨는 "스스로 성(性)을 팔겠다고 나선 여성조차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안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성매매 역시 자유롭게 선택 가능한 직업 중 하나라는 주장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지난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선정한 '여성 운동가 100인'과 2009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고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1998년), 스웨덴 아동권익보호상(2008년)을 수상한 맘씨는 "세계 각국에서 여러 상을 받아봤지만 아시아에서 주는 상을 받는 건 처음이다. 놀랍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맘씨는 포스코 청암재단이 주는 '청암봉사상'수상자로 선정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맘씨의 10대는 끔찍했다. 친척 집에 기숙하던 맘씨가 프놈펜 사창가로 팔려간 건 12세 때였다. 1993년 탈출할 때까지 10년 동안 강간과 매질, 전기고문이 이어졌다. 그는 "처음 강간을 당하던 날 난 이미 죽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맘씨는 "캄보디아는 매우 작은 나라지만 가장 큰 '성노예' 여성의 온상 중 하나"라며 "인신매매가 성행하는 데다 베트남 등 인근 나라들과 성노예 여성을 활발하게 주고 받는다"고 했다.
그는 캄보디아 여성이 성매매에 내몰리는 배경으로 빈곤과 가정 폭력, 낮은 교육 수준, 성 차별, 강간 피해자란 낙인 등을 꼽았다. 맘씨는 악몽 같은 과거를 회피하지 않았다. 1996년 비정부기구인 아페십(AFESIPㆍ비참한 환경에 처한 여성들을 위한 행동)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모국인 캄보디아뿐 아니라 주변국인 라오스, 베트남 등에서 7,000여명의 성노예 여성을 구해냈다. 맘씨는 "탈북 여성의 많은 수가 중국 농촌으로 팔려가고 캄보디아까지 팔려오기도 한다"며 성노예로 전락하는 탈북여성의 실상을 전한 뒤 "그들의 고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국 (북한의) 지도자가 져야 할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순간적인 구출보다 지속적 재활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구출한 성노예 여성들에게 재봉이나 미용 기술을 가르쳐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2007년 미국 뉴욕에 '소말리맘재단'을 세우면서 활동 폭은 더 넓어졌다.
맘씨는 '자발적 성매매'란 표현에 가장 화가 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면담한 모국 성매매 여성들의 모순된 진술을 예로 들었다. "캄보디아에도 '몸을 파는 일이 행복하다'고 얘기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당신의 아이도 당신과 같은 일을 해도 상관없느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어요. 얘기를 들어보면 성폭행이나 가정 폭력 피해자, 정말 가난해 교육을 못 받았거나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러나 더 무참한 현실을 겪고 있는 이들도 있다. "전 세계에 120만 명으로 추정되는 성노예 여성들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팔려왔어요. 이들에게 성매매는 공포와 고통일 뿐입니다. 이들을 구하고 인신매매를 근절하는 데 세계 각국 사법기관들이 힘을 합쳤으면 좋겠어요."
글ㆍ사진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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