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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 무기력 보여준 기소청탁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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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 무기력 보여준 기소청탁 수사

입력
2012.03.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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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아는 사람인데 스스로 사법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행동을 하겠나."

불과 아흐레 전인 19일 조현오 경찰청장의 말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기소청탁 의혹 사건에 대해서다. 조 청장은 "소환에 불응할 경우엔 관련 규정이 있지 않느냐"며 체포영장 신청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조 청장의 '설마'는 '현실'이 됐다. 김 판사는 경찰의 출석요구에 단 한번도 응하지 않고 사실상 혐의를 벗었다. 경찰은 핵심 참고인인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의 경우엔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검찰이 박 검사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을 뿐 아니라 전화연결도 안 해준다"는 푸념으로 스스로 무기력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토록 소환을 벼르던 경찰이 대면 조사한 사람은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뿐이다. 그마저도 경찰의 출석요구일이 아닌 나 전 의원이 택일한 23일에 이뤄졌다. 나 전 의원은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면서 "수사는 밀행(密行)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판ㆍ검사의 소환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고 '훈계'까지 했다. 이날 나 전 의원은 남편인 김 판사와 관련한 부분까지 '2인 몫'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 남편인 김 판사는 경찰이 요구하지도 않은 서면진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소환조사를 피하고 '면'을 세웠다.

경찰은 28일 "현재까지의 수사사항만으로도 결론 도출에는 지장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나 전 의원, 김 판사, 박 검사 등 연루자들에 대해 모두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사건 초기 전ㆍ현직 판사 부부와 참고인이었던 검사들까지 소환해 조사하겠다며 '용의 머리'을 그리다 결국 '뱀의 꼬리'로 수사를 마무리 지은 셈이다.

평범한 장삼이사였다면 경찰이 의도적으로 보이는 연락 불통을 용인하고, 출석 대신 불쑥 내민 서면진술서로 소환조사를 갈음해줬을지 의문이다. 결국 소리만 요란했던 이번 사건을 통해 특권의식으로 밖에 볼 수 없는 판ㆍ검사의 행태와 힘 있는 자에게 무기력한 경찰의 자세만 확인한 꼴이 됐다. 이러니 법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불신은 커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김지은 사회부 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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