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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환점 돈 김중수號… 소통 대신 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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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환점 돈 김중수號… 소통 대신 자찬

입력
2012.03.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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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업적이 있기 마련이다. 그가 잘해서일 수도 있고, 운이 좋아서일 수도 있다. 또 어느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중요한 어떤 것을 희생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몇몇 성과만을 가지고 CEO를 평가하는 것은 너무도 무의미해 보인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이달 말로 꼭 2년째다. 대부분의 조직이 그렇듯 한국은행도 27일 지난 2년의 성과를 정리한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20쪽이 넘는 방대한 자료를 보면 성과가 적지 않았구나 싶은 게 사실이다. 물가안정에 더해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을 이뤄냈고, 직원들의 국제기구 진출을 적극 지원했고, 또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유연성과 개방성을 확대했다. 적어도 그 추진력만큼은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만 그간 김 총재를 향해 쏟아진 숱한 지적과 비판을 스스로도 모르지 않았을 터. 내심 자료 어딘가에는 반성, 아니면 아쉬움이라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온통 자찬 일색이었다.

김 총재가 요즘 부쩍 강조하는 것이 '소통'이다. 최근 조직개편에서 커뮤니케이션국을 별도로 신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총재가 말하는 소통에서는 그다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간 물가안정을 도외시하고 시장과의 소통에 미흡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총 5차례 올리며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했다"거나 "경제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다"는 등의 자평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 할 뿐 외부 비판을 조금도 수용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한은 출신 한 인사는 "김 총재가 신문기사나 외부 평가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문제점을 고칠 생각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이제 남은 임기는 2년이다. 김 총재가 진정으로 시장과 쌍방향 소통을 하고 싶다면 이 점만큼은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 지금 소통의 문제는 본인의 뜻이 잘 전달이 안 돼서가 아니라 본인이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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