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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은퇴시장이 열린다/ <상> 골든 시니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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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은퇴시장이 열린다/ <상> 골든 시니어를 잡아라

입력
2012.03.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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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조대 시장 공략"… 증권사 '노후자산 大戰'

3년 뒤면 500조원의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BB)세대(1955~63년생) 700만명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노후자산관리 시장이 이른바 그레이오션(Grey Ocean)으로 통하는 배경이다. 잠재력을 간파한 증권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당연지사. 2008년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대전(大戰)으로 은행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은퇴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자산관리 2차 대전을 선포한 증권사들의 전략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황성호(59)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경기 성남시 고령친화종합체험관을 찾았다. 그는 10㎏이 넘는 낯선 장비들을 등과 허리 손목에 두른 채 밥을 먹고, 시야가 희뿌연 안경을 쓰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분 단위로 움직이는 바쁜 시간을 쪼개 임직원 20여명까지 대동하고 근력 시력 청력 등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우울한 노년을 일부러 체험한 이유는 뭘까.

황 사장은 "시니어(노년) 고객에 대한 이해는 곧 노후자산관리 사업의 성공과 직결돼있다"고 설명했다. 역지사지를 통해 노년 고객의 마음을 얻겠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탤런트 조형기(54)씨를 투자관련 강연회에 불렀다. 지루함을 털어낼 입담이나 재테크의 남다른 비법을 펼칠 요량이 아니었다. '58년 개띠'인 그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우리나라 BB세대의 표준인 탓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묵직한 메시지는 일반 BB세대에게도 자연스레 전달됐다.

증권사들이 잇따라 노령층 구애에 나서고 있다. 오로지 은퇴와 100세 시대에 집중하는 연구소 간판도 흡사 붐이랄 수 있을 정도로 속속 내걸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본격적인 은퇴를 시작한 BB세대의 관심사와 유행, 씀씀이 등 돈 관리 방법이다. 연구소는 전체 인구의 15%, 골든 시니어라 불릴 만큼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BB세대의 맘을 사로잡기 위한 전초기지인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05년 국내 최초로 퇴직연금연구소를 설립한 업계 선구자다. 연구주제를 은퇴와 연금으로 나눠 보고서 작성, 관련 앱(은퇴 후 내 월급) 개발, 해외사례 연구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 회계사 노무사 전문컨설턴트 등 200명이 넘는 전문인력이 노후자산관리에 포진한 덕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이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에 치중했던 퇴직연금연구소의 외연을 은퇴시장으로 확대하고 있고, 자산관리본부에 상속 절세 등에 초점을 맞춘 은퇴컨설팅 팀을 따로 꾸렸다. 연금 전용 특화상품과 은퇴설계 서비스도 선보일 참이다.

지난해 말 문을 연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는 은퇴 설계와 더불어 경제 및 사회적 변화 연구에 힘쓰고 있다. 대신증권은 관련 연구소는 없지만 월지급형 상품과 서비스, 은퇴 대비를 위한 개인연금펀드 등 관련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이밖에 우리투자증권은 100세시대 연구소, 삼성증권은 은퇴설계연구소가 있다.

연구소들은 특히 BB세대의 왕성한 소비력과 경제력에 집중한다. 실제 국내 백화점 멤버십 회원의 60대 이상 비중은 6.5%에 불과하지만 매출 비중은 두 배(12.1%)로 뛴다. 자신뿐 아니라 자녀와 손자 손녀를 위해 돈을 쓰기 때문이다.

50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연령대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안정적이고 설득력 있는 노후설계를 제시할 수만 있다면 노후자산관리 시장의 강자로 설 수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계산이다.

각 사는 출사표도 내걸었다. "장기투자 유도로 안정적이면서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승부하겠다"(대우, 대신), "장기 분산 적립투자의 완성인 연금자산관리의 명가로 거듭나겠다"(미래에셋), "BB세대 은퇴 이후 자산관리 패러다임이 바뀐 일본을 보고 대비하자"(우리투자), "부동산 현금화 방안 등 은퇴자들의 보유자산 활용 해법을 제시해 다른 금융회사와 차별화하겠다"(삼성), "금융종합소득 신고대행부터 의료서비스까지 한번에"(한국투자) 등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 증권사들의 이색 서비스

중소기업 CEO인 서모(58)씨는 은퇴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평생을 받쳐 성장시킨 회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려니 세금이 부담스럽다. 회사 자산의 소유자를 타인 명의로 해놓은 것도 신경 쓰인다. 서씨는 은퇴 이후 삶을 설계하기 위해 증권사 상담센터를 찾았다가, 가업 승계 서비스 이용을 권유 받고는 근심을 덜었다. 소유권ㆍ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다.

700만 BB세대를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KDB대우증권은 한 명의 고객을 위해 여러 명의 전문가들이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KDB대우증권의 '올인원 컨설팅'은 투자전문가는 물론, 세무ㆍ부동산 전문가들이 은퇴를 준비하는 고객을 위해 재무현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은퇴를 앞둔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가장 좋은 가업승계 방법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EO들이 자산 이전과 세금 관리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토대로 이들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합법적인 틀 안에서 절세전략을 제시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은퇴설계 고객들을 위해 25개 전문의료기관과 제휴해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포츠용품 및 건강식품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연구소는 스마트폰으로 손 쉽게 은퇴 후 소득을 계산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제공한다. 작년 7월 출시한 '내가 받을 수 있는 은퇴 후 월급 얼마일까' 앱은 나이, 입사연령, 은퇴예상연령, 개인소득, 자산정보 등을 입력하면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월 소득액을 알 수 있다.

이밖에 대신증권, 우리투자증권도 은퇴 고객 유치를 위한 차별화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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