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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장기화…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 '지름신' 떨치고 '가성비'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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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장기화…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 '지름신' 떨치고 '가성비' 따진다

입력
2012.03.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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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워킹맘인 김수연씨는 최근 온라인몰에서 옷이나 생필품을 구입할 때 걸리는 시간이 전보다 훨씬 길어졌다. 물건을 사기 전에 가격 비교사이트를 반드시 거치기 때문. 아침 신문에 끼여 온 동네 슈퍼마켓의 전단지도 유심히 보고 달걀, 콩나물, 두부 등 상시 구입해야 하는 식품의 할인여부를 살핀다. 전에는 '예쁘다'고 생각되면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결제' 버튼을 눌렀던 의류나 가방도 지금은 두번 더 생각하고 나서 구매를 결정한다.

불황과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소비의 틀 자체가 바뀌고 있다. 소비자들은 일시적인 알뜰구매 차원을 넘어 가격을 제품구매의 최우선기준으로 삼게 된 것. 전에는 일단 마음에 드는 제품이라면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지름신(충동구매를 부추기는 신)이 강림했다"며 사던 이들마저도 이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기 시작하게 됐다.

이 같은 소비패턴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곳은 역시 일상소비의 중심인 대형마트다. 마트들은 올해 들어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대폭 할인해 주는 행사를 연일 열고 있다. 이마트는 29일부터 4월 30일까지 주부가 선호하는 채소와 생필품 등 총 1,500여 품목 1,000억원 물량의 상품에 대해 최대 50% 가격 인하 및 가격동결을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미 2월 말부터 총 31개 주요 생필품에 대해 1~3개월 가격 동결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또다시 가격 인하와 동결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할인ㆍ동결 효과가 높았기 때문.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심리 침체로 올 들어 고객들은 싼 것에만 몰리고 있다. 2월 말부터 가격동결 이벤트를 실시한 상품의 매출액이 품목별로 행사 전 대비 2~5배까지 늘었을 정도"고 말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주부터 한 달 간 총 1,000여개 상품을 최대 50% 싸게 판매하는 '통큰 창립행사'를 진행 중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자체상표(PB) 제품군 중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급 제품군인 '프라임 엘'의 비중은 지난해 1~3월 중 20.7%에서 올해 같은 기간 9.5%로 크게 떨어진 반면 중간급인 '초이스 엘'과 최저가 제품군인 '세이브 엘'의 비중은 각각 73.6%와 5.7%에서 80.1%와 10.4%로 늘어났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의 기준이 '가격'으로 옮아가자 일반 상품에 비해 이미 저렴한 PB상품군 내에서도 더 저렴한 제품이 더 많이 팔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 심지어 부동산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수입차의 경우 예전에는 값비싼 대형이 주로 팔렸지만 기름값이 하루도 빠짐없이 오르면서 작은 차에 대한 선호도가 부쩍 높아졌다. 2010년 국내에서 팔린 2,000㏄ 미만 수입차는 2만9,300여대였지만, 지난해에는 4만4,300여대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집값 하락 우려로 시세차익 기대감이 꺾이면서 아파트 분양 수요자들에게도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최근 부동산114가 서울ㆍ수도권에 거주하는 분양 실수요자 481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아파트 적정 분양가를 묻는 질문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46.4%에 달해 지난해 하반기보다 1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또 전통적으로 남향을 선호하던 과거와 달리 '가격이 저렴하면 상관없다'고 말한 사람이 29%에서 37.2%로 증가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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