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재외국민 투표가 28일 시작됐다. 그러나 이날 재외 투표소는 한산하고 썰렁했다. 총선에 대한 관심이 낮고 등록 절차가 까다로우며 정치권이 비례대표 후보 86명에 재외동포를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 등이 열기를 가라앉힌 요인으로 지목된다. 투표는 전세계 107개국 158개 투표소에서 4월 2일까지 계속되지만 투표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헌정 사상 최초의 재외국민투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투표를 가장 먼저 시작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는 재외선거 등록자 1,172명 가운데 70명만이 투표해 5.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호주의 시드니와 캔버라도 각각 4.2%와 6.3%의 투표율을 보였으며 러시아는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블라디보스토크가 10.9%, 유지노사할린스크가 17.0%를 각각 기록했다.
선거등록자가 1만8,628명에 이르는 일본에서는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 등 10개 지역에서 투표가 실시됐다. 도쿄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는 오전 10시 20여명이 몰려 5분 가량 지체된 것을 제외하고는 한산한 편이었으며 다른 투표소도 대부분 썰렁했다. 이날 일본 전체의 투표율은 7.7%였다. 2차 대전 당시 강제징용된 뒤 연합군 포로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전범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았던 이학래(87) 할아버지는 부인 강복순(77)씨와 함께 생애 처음으로 투표했다. 오전 11시께 이희팔(88) 재일본 사할린한인회장도 투표장을 찾았으나 재외선거인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눈물을 흘리다 되돌아갔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을 비롯해 9개 공관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주중대사관에서는 오전 8시 투표가 시작됐지만 오전 투표자가 80명이 채 안됐다. 오후 들어 투표자의 발길이 다소 늘었지만 오후 5시 마감 시간까지 투표자가 200명을 넘지 못했다. 베이징과 톈진 지역을 관할하는 주중대사관의 재외선거 등록자가 6,357명이니 첫날 투표율은 3% 안팎에 그친 셈이다. 최영삼 주중한국대사관 총영사는 "평일인데다가 재외투표를 처음 하는 것이어서 투표율이 낮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부터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과 밀집 거주지의 임시투표소에서 투표가 이뤄졌지만 한국 총선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썰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박일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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