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전구가 나간
찬 방 안에
파도소리 아물 때까지
별이 빛났다
한때 손이 닿던 기억들은
별자리 속에
나뭇결만 남은 것처럼
높이, 어두운 채로
반질거린다
내가 굴복하기 전에
이미 내 마음을 읽은 사랑들
사랑했다 하여도
떨어져서 빛나야 했을 당신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위해
일생 속으로 울었을 어머니의 도시들
똑같이 나눌 수 없었던 밥의 슬픔들까지
오늘 저 별자리의 독거,
눈물 많이 지나가
물때자국 선명한
이 모든 某月某日
● 전구가 나갔으니 어둠 속에서 더듬거립니다. 지상은 깜깜하고, 빛나는 것과 연인들은 모두 멀리 있어요. 한 평론가는 세상의 모든 연인들은 연인에게 닿기 위해 자라나는 손가락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이광호, '사랑의 미래') 그 멀리 가닿은 손가락으로 우리는 연인을 반질거릴 만큼 문질러 댈 수 있었죠. 평론가는 슬퍼하며 첨언합니다.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스쳐 지나면 조금씩 자라났으나, 이제는 점점 뭉뚝 해져갔다." 손은 닳아서 뭉뚝해지고 당신은 눈물을 쏟으며 물때자국 가득한 얼굴로 서 있게 되었군요. 시인 역시 탄식합니다. "사랑했다 하여도 멀리 떨어져서 빛나야 했을 당신들". 일생이란 모월 모일의 손길을 기록한 촉감일기와 같은 것. 아름다움은 손끝을 떠나 하늘로 혼자 올라가버린 기억의 별자리 같은 것. 다소 비관적 결론이 왜 이토록 아름답고 정직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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