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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문학 오늘을 말한다/ (하)박상률&김종광 작가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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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문학 오늘을 말한다/ (하)박상률&김종광 작가 좌담

입력
2012.03.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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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ㆍ청소년 문학이 출판계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급성장하고 있는 현실을 작가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박상률(54)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와 소설가 김종광(41)씨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박 교수는 1995년 국내 청소년소설의 효시로 불리는 '봄바람'을 발표한 이후 <나는 아름답다> <밥이 끓는 시간> <방자 왈왈> 등을 낸 1세대 청소년소설 작가다. 김씨는 <야살쟁이록> (2004) 등 3권의 청소년소설집을 발표했고, 논문 '청소년소설의 창작방법론 연구'로 중앙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문학계에서 청소년의 발견은 놀라운 성취"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학부모, 출판사 위주의 계몽적인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아동ㆍ청소년소설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박상률 "95년 문예지에 발표한 시를 보고 주변에서 동화와 청소년소설 집필을 권유했다. 이후에 회사 사보 등에 동화, 청소년소설을 발표하며 아동문학 작가, 청소년소설 작가로 불리게 됐는데 당시 청소년문학에 대한 개념이 분명치 않아 한 10년 혼자 청소년소설을 썼다."

김종광 "<야살쟁이록> 은 '그냥 소설'로 쓴 건데, 출판사 우리교육에서 출간되면서 청소년소설로 소개됐다. 두 번째 작품부터는 아예 청소년소설을 쓴다는 계획으로 집필했다."

-창작자로서 아동ㆍ청소년 문학 시장이 커진 것을 언제부터 체감했나.

김종광 "내가 중앙대 90학번인데, 당시 문예창작과에서도 '청소년 문학'이란 개념이 없었다. 동화 다음 소설 창작을 배웠다. 2000년대 초반 출간된 <괭이부리말 아이들> 은 지금으로 치면 청소년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을 텐데, 당시 창비 아동문고 시리즈로 나왔다. 청소년소설 시장이 형성된다고 체감한 건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청소년소설 공모전이 생기면서부터다."

-성인들이 보는 순소설과 청소년소설을 구분할 때 어떤 용어를 써야 할 지 헷갈린다. 청소년소설, 순소설로 나누면 청소년소설은 마치 순소설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박상률 "예전 아동문학계에서 청소년소설을 제외한 순소설은 '일반소설'로 부르자고 정한 적이 있다. 아직 비평이나 출판계에서 널리 쓰이지 못할 뿐이다."

-일반소설과 아동ㆍ청소년소설을 모두 쓰고 있는데, 창작할 때 두 장르 간 차이가 있나.

김종광 "청소년들 삶의 실상을 작품에 그대로 드러내려면 8할을 욕으로 써야 한다. 한데 청소년소설에서 욕을 쓰면 안 된다. 폭력이나 성적인 묘사에서 심한 표현도 불가능하다. 청소년소설의 실질적인 독자, 구매자가 학부모나 교사 등 기성세대라는 점을 감안해 출판사에서 내용이나 소재에서 기대하는 방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 삐딱한 좌파청년의 얘기도 쓰고 싶은데 그런 얘기들을 쓰려면 알게 모르게 제약을 받게 된다."

박상률 "청소년소설을 쓸 때 자꾸 어른들을 의식하면 제약이 생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어도 미완성인, 자라지 못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내 안의 청소년을 들여다보고 그 놈이 하는 짓을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독자를 상정하고 표현의 수위를 낮추다 보면 계몽적이 된다."

-출판계에 아쉬운 점은 없나.

김종광 "출판사들의 아동ㆍ청소년문고 시리즈를 보면 국내 작품이라면 상업성이 없다거나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발표되지 못할 작품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런 작품을 한국 작가가 썼을 때 출판사들이 선뜻 책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청소년소설 판매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학교나 도서관의 추천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열두 살 소년이 아프리카 내전에 병사로 차출되는 내용을 그린 프랑스 청소년소설 <열두살 소령> 은 프랑스에서만 10만부가 넘게 팔렸다. 국내에도 재작년 번역, 출간됐는데 정작 국내 작가들이 이런 진중한 내용을 쓰려고 하면 출판사 편집부에서 '국내 독자는 감당하지 못한다'며 말린다. 개인적으로 반사회적 감성을 지닌 청소년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또 쓰고 싶지만, 출판의 제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박상률 "최근 창비에서 출간한 미국 청소년소설 <포에버> 는 성적 표현 수위가 상당히 높다. 발표 당시 미국에서도 금서였으나 지금은 많은 학교도서관이 이 책을 추천한다. 국내 작가가 이런 소설을 썼다면 아마 지금도 출간하기 어려울 거다. 작품이 날로 좋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청소년소설이 장르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학교폭력, 낙태, 미혼모 같은 소재로 이야기를 가두고, 뻔한 구도를 갖고 또 쓰고 또 쓰면서 복제된 작품들이 나오는 것 같다."

-청소년문학 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김종광 "우리 청소년들은 책 읽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입 논술의 영향으로 독서를 강조하지만, 문학작품도 학원에서 요점 정리해서 외우게 한다. 그래서 청소년들 스스로 책을 고르기보다 추천목록에 의지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바꿔야 한다."

박상률 "작가들도 기성세대 관점으로 계몽적인 메시지를 주려 하지 말고 더 자유롭게 썼으면 한다. 아이들이 실제로 읽고 싶어 하는 건 귀여니 소설 같은 대중문학인데, 읽어야 되는 책은 논술용 고전이다. 이 사이에 괴리를 채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이다연 인턴기자(서강대 국어국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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