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담에서 북한 핵과 로켓 발사 문제는 정식 의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 핵안보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인 핵안보(핵테러 방지)이슈와는 별개 안건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문제를 정상들 간의 양자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했고 특히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 정상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 중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더욱이 여러 안건에서 북한 쪽 입장에 가깝던 중국과 러시아 측이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입장에 공감을 표시한 것은 북한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북핵과 관련한 성명이 나올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참가국들은 회의장이 아닌 장외에서 성명에 준하는 합의들을 내놓았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양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 철회를 촉구하면서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북미 간 협의를 위반한 것이며,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적 행위라고 의견을 모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26일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는 옳지 않고 중국은 위성 발사 계획을 포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기 이전에 북한 주민을 먼저 먹여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자국 일정 때문에 양자회담을 갖지는 못했지만 2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7일 오후 세션 발언을 통해 "북한의 실용위성 발사 계획은 '어떤 탄도 미사일 기술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위배된다"고 규정했다. 양자회담 외에 공식 회의 석상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 중지를 촉구한 것은 반 총장이 처음이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로켓 발사 계획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은 김정일 장군의 유훈이며 오래 전부터 계획된 사업"이라며 "미국은 우리에게도 남들과 똑같이 위성발사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최고당국자가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평화적 과학기술 위성 발사를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로 걸고 들었다"며 '미국 최고당국자' 표현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했다.
한편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지할 경우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 경제를 재건할 수 있도록 도울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도발을 중지하도록 사전에 혜택을 주는 일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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