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서 26년 동안 TV브라운관 제조업체에서 일한 A(50)씨는 지난해 12월 직장을 잃었다. 회사 대표는 부도가 나자 회생 노력도 않고 폐업 후 잠적했다. 대표는 잡혔지만 A씨는 아직도 3개월치 임금과 퇴직금 3,6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딸 2명이 대학생이고 아들은 고3인 A씨는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 그는 "딸들은 객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정신 없고, 같이 사는 아들은 요즘 나와 대화도 안 한다"며 "가정이 풍비박산났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도 잃고 돈도 못 받고 그냥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때도 있다"고도 했다.
열심히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이 연간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총 27만8,494명으로 체불된 임금만 1조874억원에 달했다. 임금 체불 신고건수 역시 2006년 12만7,600여건에서 지난해 19만 3,500여건으로 5년 새 50%넘게 급증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체불 신고건수가 연간 2만8,000여건(2008년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5, 6배나 많은 수치다. 제도를 잘 모르거나 소액이라 고용부에 신고하지 않은 체불액까지 합치면 체불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용부는 이에 따라 올해 체임문제를 전담하는 '노동분쟁구조원'(가칭)을 설립하고, 저소득 노동자에 무료로 지원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 중이며 협의를 마치면 법인 설립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금체불이 워낙 많아 전국 1,000여명의 근로감독관들이 다른 일은 못하고 임금체불 사건에만 매달리는 상황"이라며 "노동분쟁구조원이 설립되면 변호사와 노무사들이 이를 전담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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