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서 살고 있는 도롱뇽과 유기견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북한산 자락의 계곡에 서식하는 도롱뇽 보호 캠페인이 벌어지는 반면 '북한산 무법자'로 전락한 유기견은 등산객의 민원으로 포획당하는 신세다.
27일 서울환경연합은 서울 종로구 창의문 앞에서 "서울 사대문 안 유일한 서식지인 종로구 부암동 백사실계곡에 사는 도롱뇽이 산란철을 맞아 무단포획과 채집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도롱뇽 보호 캠페인을 벌였다.
도롱뇽은 2002년 서울시가 지정한 보호야생동·식물로 무단 포획하거나 채취할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서울에서 사라져가는 야생동·식물 중 학술적·생태적 가치가 있는 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 사실을 모른 채 도롱뇽을 잡아가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한 유명 방송 프로그램이 백사실계곡을 소개하며 도룡뇽 알을 찾는 장면까지 나온 이후 주말이면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도롱뇽 알을 채취해 가고, 계곡물 속의 돌을 들춰 도롱뇽을 잡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북한산 유기견은 생태계와 탐방객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북한산에서 쫓겨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도시화된 주변 지역에서 유기견이 발생해 야생화하면서 탐방객에 위협을 가하거나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포획하겠다"고 밝혔다. 50여 마리에 이르는 유기견들은 탐방객들이 몰리는 대남문, 탕춘대능선, 대동문 등에서 음식을 얻어먹으면서 3~7마리씩 무리지어 새끼를 낳고 정착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개체 수가 늘면서 탐방객 민원이 있고, 전염병을 전파하거나 다람쥐 등을 잡아먹는 등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포획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포획된 유기견은 동물구조관리협회에 인계된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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