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27일 '현대카드ZERO'를 표절한 '삼성카드4'의 발급을 중단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삼성카드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경쟁사에게 특정 카드의 판매 중지를 요청한 것은 카드업계 사상 초유의 일이다. 현대카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삼성카드가 자사의 VVIP카드도 베꼈다고 주장하고 나서 양사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형국이다.
뿔난 현대카드 "소송 불사"
현대카드는 최근 출시된 삼성카드4가 현대카드ZERO를 표절했다며 26일 법적 대응의 사전 단계인 내용증명을 삼성카드에 발송했다. 현대카드 측은 "일주일 내로 응답이 없거나 발급 중단 등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내부 검토를 거쳐 소송에 돌입하겠다"며 "승소 여부를 떠나 상품 표절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상품에 대해 지적재산권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지 않은 터라 현대카드 입장에서도 법적 다툼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법적 대응을 공개 거론한 것은 삼성카드에 대한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측은 "현대카드로부터 내용증명을 전달 받았다" 며 "세부내용에 대한 답변 여부는 해당 부서에서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VVIP카드도 표절 의혹?
현대카드는 2009년 10월 출시된 삼성카드의 초우량고객(VVIP) 대상 카드 '라움(RAUME)'도 현대카드를 모방했다는 의혹을 뒤늦게 제기했다. 현대카드의 VVIP카드인 '블랙'과 삼성카드 라움의 주요 혜택이 흡사하다는 것이다. 두 카드는 연회비(200만원)는 물론, 주요 호텔 10만원 이용권, 동일 명품 브랜드 및 뷰티 서비스 이용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항공권 좌석등급 상향 조정이나 동반인에게 무료 항공권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동일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라움카드가 나왔을 때 내부에서 표절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하지만 당시에는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아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표절 의혹을 부인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고객들 요구를 수용하다 보면 서비스의 내용이 비슷해지기 마련"이라며 "각 영역별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휴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카드는 또 "삼성과 현대카드뿐 아니라 다른 카드사의 VVIP카드들의 서비스도 대체로 비슷하다"며 "둘만 놓고 비교할 게 아니라 카드사별 VVIP카드를 다 놓고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면초가 삼성카드
삼성카드는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관리의 삼성'이라는 이미지를 구긴데 이어 올해도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와 현대카드와의 분쟁 외에도 자영업단체에 부정확한 내용의 공문을 보내 논란을 빚었다. 자영업단체는 삼성카드가 대형할인점 코스트코에만 0.7%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코스트코와의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결제 거부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23일 자영업단체에 공문을 보내 "일방적인 계약조건 변경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상 국제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으나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삼성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 협의과정에서 삼성카드 실무진의 잘못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답변서에 포함됐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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