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58명의 정상 또는 정상급 인사들은 27일 코엑스 3층 회의장에서 핵안보에 관한 본격적인 정상 회의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과 오후로 나눠 1, 2차로 진행된 정상회의는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2년 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핵안보 강화를 위한 방향과 구체적 조치를 모색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전 9시쯤 입장해 각국 대표들과 인사를 나눴고 이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례로 입장했다. 이 대통령 오른쪽에는 오바마 대통령, 왼쪽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앉았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 오른쪽 두 번째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개막사를 통해 "정상들이 의지를 결집하면 핵무기 없는 세상과 핵테러 없는 세상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1차 세션에서는 총 27명이 발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전 의장국 자격으로 먼저 발언했고 이후 후진타오 주석,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등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안보를 위해 각국 정상들이 단순히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고, 후 주석은 핵안보 합의를 지키기 위한 중국의 노력을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 중 관심의 초점은 역시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에게 집중됐다. 두 정상은 북한 문제와 이란 핵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사안별로 협력하면서도 은근한 견제도 이어졌다.
일단 방한 기간 오바마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 방문 등 다양한 외부 행사를 가진데 반해 후 주석은 정중동의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의가 3년 전 자신의 '프라하 선언'으로 태동된 점 등을 고려한 듯 회의 내내 적극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또 이 대통령은 물론 중국 러시아 터키 카자흐스탄 등의 정상과 회담을 갖는 등 광폭 외교전을 폈다.
후 주석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였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외에는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과의 회담만 가졌다. 그러나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 문제와 이란 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다소 시각 차를 보이는 등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의 창이 닫혀가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후 주석은 "이란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대화"라고 말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거론했으나 후 주석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여기에 26일 이번 회의의 첫 공식 행사인 환영식장에 당초 오바마 대통령 다음에 후 주석이 입장하는 것으로 순서가 정해져 있었으나 실제로는 후 주석이 먼저 들어가는 등 두 정상 간 은근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은 양복 상의에 핵안보정상회의를 상징하는 금색의 동그란 배지를 달았고, 정상들이 입장하기 전 회의장에는 가수 박정현씨가 부른 '피스 송'(PEACE SONG)이 흘러 나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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