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 시장의 삼국시대가 열렸다. 독일 BMW, 메르세데스-벤츠, 일본 도요타 등 세 강자가 펼치는 대결이 치열하다. 지난해 등록대수 기준 최초로 10만대를 돌파하며 수입차 시장이 커진데 이어 한-EU 자유무역협정(FTA)ㆍ한미 FTA 영향으로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단독 선두를 달린 BMW는 효자 차종 '5시리즈'와 함께 지난달 출시한 신형 '320d'를 앞세워 독주 체제를 굳힐 생각이다. 벤츠는 이달 '신형 350블루이피션시'와 다음달 신형 'B시리즈', 상반기 중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M시리즈'를 내세워 2위를 고수할 방침이다. 최근 리콜 사태, 엔고, 일본 대지진 등 잇따른 악재로 주춤했던 도요타는 올해를 자존심 회복의 원년으로 삼고 파상 공세에 나서고 있다. 세 강자의 전략과 계획을 살펴본다.
■ BMW, 528i·520d 투톱 자신감, 다양한 모델로 이어가
BMW는 지난해 12월 기존 6기통 3,000cc 엔진 대신 4기통 2,000cc 엔진을 장착한 '528i'를 새로 출시했다. 새 차는 BMW가 '신기술의 총아'로 꼽을 만큼 최신 기술을 모두 적용했다. 차량 앞 부분의 공기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오토매틱 에어플랩'시스템을 통해 엔진 온도와 달리는 속도에 따라 에어플랩을 자동으로 열고 닫아 온도를 가장 적당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엔진 크기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다운사이징 추세에 맞춰 트윈파워 터보와 고정밀 직분사 기술을 적용해 기존 엔진보다 힘은 13% 증가하고, 연비는 22% 향상됐다.
그런데도 BMW코리아는 걱정이 많았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우리 역시 직렬 6기통 엔진에 대한 BMW 마니아들의 선호도가 워낙 높다 보니 4기통 엔진으로 탈바꿈해서 외면 받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대수 기준 5,940대가 팔리며 전체 수입차 중 판매량 3위에 올랐던 528은 1월 2위(583대), 2월 3위(406대) 등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528i의 성공적인 변신은 BMW코리아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안겨줬다. 한 관계자는 "3년 연속 수입차 시장 점유율 1위를 통해 BMW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탄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보다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해도 되겠다는 확신도 섰다"고 밝혔다.
그 결과 BMW가 올해 한국 시장에 내놓을 모델 대부분은 지금껏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차들이다. BMW의 4도어 쿠페인 '6시리즈 그랑쿠페', M5, M6, 최초의 1시리즈 해치백, 5시리즈 투어링 모델 등 다양한 차종들이 출격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미니를 포함해 사상 최대인 2만6,000여 대를 판매한 BMW는 올해 이보다 더 많은 3만4,000대를 판매 목표로 잡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그 동안 528i와 520d 등 두 에이스를 내세워 시장 점유율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 좀 더 다양한 모델을 내세워 한국 소비자들에게 BMW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도요타, 한국형 캠리로 지난달 수입차 1위 우뚝
부진의 늪에 빠졌던 도요타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달 도요타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렉서스를 포함해 점유율 14%(등록대수 기준 1,293대)를 기록했다. 올 들어 누적 점유율은 12.78%. 전체 수입차 중 BMW(22.02%), 메르세데스-벤츠(14.18%)에 이어 3위다. 지난해 도요타는 국내 시장 점유율 12.23%로 수입차 중 5위였다. 판매량도 올 들어 2달 동안 2,381대를 기록해, 지난해 판매량 8,241대의 25%를 넘어섰다.
도요타의 폭풍 질주는 중형 세단 '뉴 캠리'가 이끌고 있다. 1월 등장하자마자 등록대수 433대로 수입차 중 3위를 차지하더니, 지난달 1위(721대)에 올랐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모델도 300대 가까이 팔려나갔다.
캠리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한국도요타는 '내비게이션이 일본 방식이라 불편하다'는 한국 운전자의 불만을 감안해 사상 처음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달았다. 가격 역시 전 모델보다 100만원 낮춰 3,390만원에 내놓았다.
올해 한국시장 판매 목표를 2만대로 정한 도요타의 공략 키워드는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벌떼 작전'. 풀 체인지하거나 처음 한국에 들여 오는 모델만 6개로, 사상 최대 규모다. 도요타는 심지어 '한 번에 1개 모델 출시'라는 기존 전략을 바꿔가며 뉴프리우스 3개 모델을 동시에 선보였다.
여기에 상반기 렉서스 'RX'의 부분 변경 모델과 소형 후륜구동 스포츠카 '86'을 내놓고, 여름께 'GS'와 'RX'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또 미국에서 만든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벤자, 3분기 이후 렉서스의 또 다른 주력 차종 'ES'의 신모델도 첫 선을 보인다.
가격도 낮췄다. 하이브리드카의 대명사 '뉴 프리우스'가 지난달 파격적인 660만원 할인으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달 중순에는 전 모델 대비 1,120만원이나 가격을 낮춘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GS'을 내놓았다.
도요타는 이를 통해 BMW, 벤츠와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도요타관계자는 "렉서스 'GS'와 'ES'를 앞세워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BMW 5시리즈를 잡겠다"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메르세데스 벤츠, B클래스로 젊은층 공략… 이미지 변신 '시동'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3년 동안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했다. 2009년 14.62%(등록대수 8,915대), 2010년 17.79%(1만6,115대), 2011년 18.08%(1만7,565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거둔 성적은 썩 좋지 않다. 1∼2월 누적 점유율 14.18%, 등록 대수 2,642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1년 전과 비교해 점유율이 11.3% 떨어졌고, 1위 BMW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게다가 3위 도요타(렉서스 포함 12.78%)는 턱 밑까지 따라왔다.
벤츠는 올해를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로 보고 있다. 그래서 배수진을 쳤다. 당장 이번 주 벤츠의 대명사 E클래스 중 가장 고급인 'E350 블루이피션시'의 업그레이드 모델을 내놓았다. 이 차량은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달았고, 연비는 10% 향상됐다.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주의 어시스트', 맞은편에서 차량이 오면 상향등을 순간적으로 돌려주는 '지능형 라이트 시스템'등 첨단 시스템도 장착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벤츠의 베스트셀링카 'E300'의 뒤를 받치면서 벤츠의 고급스러움을 나타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벤츠는 이미지 변신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 동안 벤츠의 강점으로 꼽혀왔던 고급스러움의 이면에 '너무 오랫동안 고정된 느낌을 준다'는 단점을 해소하고, 젊은 세대들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하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벤츠는 다음달 출시할 'B클래스'를 변신의 아이콘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에서 벤츠하면 큰 차만 떠올리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B클래스는 1,800cc 디젤 엔진의 소형 차종으로, 가격도 3,790만원이어서 기존 벤츠의 이미지를 확실히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츠는 폴크스바겐의 '골프'와 BMW '320d'를 경쟁차로 겨냥하고 있다. 아울러 세단만 좋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SUV 'M클래스'도 출시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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