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 등 테러에 취약한 무기용 핵물질에 대한 안보체제를 4년 안에 확보해야 한다"고 주창했고, 이듬해 1차 워싱턴 회의가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4년'이라는 목표 시한을 강조한 것은 재임 중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였다.
회의체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아직 '4년' 이후의 정상회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현재 일정상 2014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3차 회의가 마지막이다. 연말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 개연성도 있다. 시한부 회의인 셈이다. 27일 끝난 2차 서울 회의에서도 회의 기간 연장 문제를 다루지 못한 채 차기 개최국을 확정하는 것에 그쳤다.
물론 서울 회의는 2년 전 워싱턴 회의에 비해 실천적인 비전과 행동조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는 엄밀히 말하면 강제성이 없다. 각국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구하고 장려할 뿐이다.
무엇보다 각국은 합의 도출이 최소한의 범위에 그치길 원한다. 핵안보는 군사ㆍ경제적으로 민감한 주권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서울 코뮈니케 전문에도 '핵안보는 근본적으로 개별 국가의 책임'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일부 국가가 핵물질을 감축하기로 약속했지만 정작 핵물질 보유량은 여전히 접근 불가능한 기밀 사항이다.
전문가들은 핵안보 체제를 강화하려면 국가들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핵안보는 전통적으로 핵 문제를 다뤄온 비확산이나 군축 분야에 비해 역사가 짧은데다 기술의 발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개인, 집단의 핵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그보다 상위개념인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도 있다.
하지만 정부간 회의에서 핵안보 체제의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에는 입장 차가 크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핵보유국과 비(非)보유국에 따라 핵안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핵테러 위협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지만 이를 막아야 할 국제체제가 걸음마 단계인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 이란 등 핵테러의 온상으로 지목 받고 있는 국가들을 회의체 안으로 조속히 끌어들이는 것도 관건이다.
이에 민간 전문가들은 2020년 핵안보 프레임워크 협정 체결을 목표로 정부와 민간의 투트랙 접근법을 제안한 상태다. 이슈를 주도해 정부간 논의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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