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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기자의 격전지 르포-서울 동대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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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기자의 격전지 르포-서울 동대문을

입력
2012.03.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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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사거리. 서로를 겨냥하듯 길 하나를 두고 마주한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와 민주통합당 민병두 후보 선거사무소 벽에 걸린 현수막에서 이들의 선거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서민 대표, 동대문이 만든 큰 인물'(홍 후보), '중랑천 뱃길 백지화 무산의 책임을 묻겠습니다'(민 후보). 4년 만의 리턴매치가 성사된 동대문을 지역은 새누리당으로선 야당세가 강한 서울 동북권 사수의 본영이고, 민주당에겐 고토 회복의 전초 기지이다. 그 만큼 두 후보의 기선잡기 싸움도 팽팽했다.

오전8시 배봉산 근린공원에 나타난 홍 후보는 주민들과 악수하면서 털털한 모습을 보였다. 몇몇 주민들이 악수를 외면해도 "선거 때면 원래 이런 법"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홍 후보는 "내가 국회의원 한번 더 하려고 나왔겠느냐. 동대문이 '대한민국 홍준표'로 만들어 준 만큼 마무리 보답을 해드리려는 것"이라며 '인물론'에 방점을 찍었다. 홍 후보는 "'홍준표가 안 나올까 봐 조마조마했다'는 분들이 많더라. 지역 사업을 마무리하면 다음 선거 때는 '강북 속 강남'이 돼 있을 것"이라며 자신이 지역 개발 추진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당 대표를 지낸 홍 후보는 근린공원 건너편의 동대문갑 지역을 가리키더니 "을 지역은 산기슭에도 아파트가 들어섰는데 저 쪽은 아직 발전이 더뎌"라며 자신의 성과를 에둘러 부각시키려 했다. 홍 후보는 또 "민 후보가 '공동책임론'을 제기하던데 뭐 대선주자급으로 키워 주니 나야 고맙지"라며 "그런데 이 대통령이 4년 내내 아무 자리도 안 주다가 정권 끝날 때 당 대표 했는데 그 참"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반면 초선 의원을 지낸 민 후보는 "(18대 낙선 뒤) 4년간 땅굴만 파며 바닥을 다졌다"며 기자에게 비장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표밭 현장에선 스킨십이 돋보였다. 그는 사무소 앞에서 만난 60대 유권자들의 손을 꼭 쥐며 "한 사람이 너무 오래해서 내가 늙어 죽겠어. 어머니가 한 번 바꿔줘"라며 넉살을 부리기도 했다.

민 후보는 '이명박ㆍ홍준표 공동책임론'을 부각시켰다. 민 후보는 "집권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을 지낸 홍 후보는 정권 심판의 핵"이라며 "여당 대표면 청와대 테두리에 있는 장관 20,30명 몫의 책임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후보는 홍 후보 사무소 현수막에 적힌 '대한민국과 동대문을 위한 더 큰 헌신'을 가리키더니 "뭐가 커? 다 끝났잖아. 당 대표도 그만두고 정치는 한 번 죽으면 부활할 수 없어. 홍 후보는 '무너진 타이타닉'이고 '소멸해가는 공룡'이야"라고 말했다. 그는 홍 후보의 '서민 대표론'에 대해서도 "전농동 점포 70, 80%가 문을 닫았다. 원주민들이 쫓겨나는데 무슨 서민 대표냐"고 평가절하했다.

주민들도 '인물론'과 '심판론'을 두고 입장이 팽팽했다. 장안동에 사는 택시기사 홍순종(60)씨는 "홍 후보가 바른 말도 속 시원히 잘하고 털털하지 않느냐. 오래했다는데 오래 한 사람이 지역 사정을 더 잘 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농동의 주부 정영주(36)씨도 "이 동네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데 홍 후보가 잘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 여당이 싫었는데 최근 보육료 지원도 하고 한번 더 믿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답십리에서 자전거수리점을 하는 나동균(58)씨는 "정부는 물가도 못 잡고 홍 후보는 중앙정치만 하면서 다른 데 출마하려다가 여기 나온 것 아니냐. 시대가 진보로 가는데 동대문만 보수를 뽑아줄 순 없다"고 말했다. 전농동의 강모(25) 간호사는 "새누리당이 디도스 사태나 한미 FTA 단독 처리 등 구태를 너무 보였다"며 심판론에 동조했다.

동대문을은 소선거구제가 채택된 13대 총선 때부터 내리 새누리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의 텃밭도 아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나 서울시장 보선에선 야당색을 확연히 드러냈다. 초반 여론조사에선 홍 후보가 2.2~6.5%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앞섰다. 홍 후보는 "탄핵 바람으로 밖에도 못 나갔던 17대 총선 때보단 훨씬 수월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 후보는 "바닥 민심은 중앙 TV에만 나오는 홍 후보에 대한 피로도가 굉장하다"고 주장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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