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좌절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면서 어떻게 하면 빨리 죽을 수 있을까 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세현 선생을 만나면서 희망의 끈을 찾게 됐습니다. 아주 작은 인연으로 인해 제 마음에도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노숙인 박제성(52ㆍ가명)씨 수기 중에서-
27일 서울 영등포에 자리한 시립노숙인복지시설 '보현의집'에선 노숙인들과 시설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수료식이 열렸다. 스타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조세현씨가 2월 21일부터 매주 화요일 6차례 진행한 사진 강좌에 참여했던 15명의 노숙인들은 환한 웃음으로 수료증을 받아 들었다.
수료식에 앞서 진행된 강의에서 조씨는 '사진학 개론'을 설파했다. "사진은 카메라라는 창으로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언어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새로운 영상 언어를 배운 거에요. 외국어가 그렇듯 자주 써야 그 말을 잃어 버리지 않습니다."
이날 조씨는 강남구 삼성동의 선릉을 촬영한 수업 참가자들의 사진을 일일이 품평했고, 과정을 수료한 우등생 4명에게는 카메라 회사가 협찬한 신형 카메라도 부상으로 전달했다. "수료생 대상으로 8월엔 취업반 과정을 운영할 겁니다. 거기서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들에게는 서울시에 취업하거나 사진관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어요."
이런 조씨의 '노숙인 사진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는 계기가 있었다. 2010년 영국왕실이 전 세계 100명의 사진 작가를 선정해 개최한 사진전 '포지티브 뷰'에 참석한게 동기 부여가 됐다. 전시 참가 작품 전량을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고 이를 판매한 수익금 전액으로 노숙인 사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영국 왕실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 "전시에 참여한 영국 작가 분의 작품이 참 좋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분이 바로 그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가 된 걸 알고 놀라고 또 감동했습니다."
한국판 노숙자 사진 교육 프로그램을 꿈꿔온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박원순 서울 시장 취임 직후 시청을 방문해 '조세현의 희망 프레임'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박 시장이 저보다 더 많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알고 있더군요. 흔쾌히 수락했어요. 덕분에 노숙인에 대한 편견이 너무 심한 한국에서 사진을 통해 상처를 치료한 노숙인들을 작가로 길러낼 수 있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그의 또 다른 꿈은 이런 프로젝트가 다른 지방 자치 단체로까지 퍼져 가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이제 시작입니다. 전문가 과정에서 배출된 인력들을 유급 조교로 활용하고, 서울 전역에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사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를 만들 생각입니다. 이게 현실화되면 다른 지역에도 '희망의 사진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지 않을까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