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을 내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테러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계 구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53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수장들은 2년 전 워싱턴 1차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 위에 구체적 실천 조치들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정상선언문'서울 코뮈니케'에 담았다. 글로벌 핵안보 체제 구축을 위한 핵물질 방호협약(CPPNM) 추진, 고농축우라늄(HEU) 최소화를 위한 자발적 조치, 핵ㆍ방사성물질 운송시 보안 강화, 핵물질 불법거래 방지, 핵안보와 원자력안전 통합 등 11개 항이다.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핵물질의 제거 및 감축은 핵 테러 방지 노력의 핵심 과제다. 워싱턴 회의 후 10개국이 HEU 500여㎏을 자발적으로 폐기했지만 서울 코뮈니케 채택을 계기로 훨씬 많은 HEU를 폐기하거나 저농축 우라늄(LEU)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황식 국무총리가 미국 프랑스 벨기에 대표들과 함께 발표한 HEU의 LEU 전환 4개국 협력사업은 의료 등 민수용 HEU 사용을 감축하는 데 획기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핵물질을 거래하거나 이동하는 것을 감시ㆍ감독하고 과학적 방법으로 제한키로 한 합의도 의미가 크다. 이번 회의의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인터폴이 중심이 돼 190여 개 국가가 국경을 넘는 핵물질 이동경로 파악에 협력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원전 안전을 핵 안보와 통합해 접근하기로 한 것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서울 정상회의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이런 성과와는 별개로 한계도 적잖게 지적되고 있다. 지구상 핵물질의 절대량을 보유한 미국 러시아 등 핵 강대국들의 핵무기 폐기 노력이 미미한 상태에서 핵물질 폐기 노력을 확산시켜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는 일부 진보세력의 반대시위 빌미가 되기도 했다. 2014년 네덜란드 3차 회의까지만 예정돼 있는 것도 회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일 수 있다. 북한과 이란 등 핵 테러의 온상이 될 개연성이 큰 국가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숙제다.
정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문제에 대해 세계 정상들의 공감대를 확인하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번 행사의 중요한 성과다. 참가국 정상들은 장외 양자 정상회담 등을 통해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로켓 발사를 중단하고 민생에 주력하라고 한 목소리로 북한에 촉구했다. 미국은 물론 북한의 맹방인 중국과 러시아도 여기에 동참했다. 북한은 세계 정상들의 충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외면하고 로켓발사를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한 추가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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